최 정 숙 < 포커스리서치 대표 jschoi@frc.co.kr >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명함을 주고 받는 게 일반화돼 있다.그러나 여러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주고 받은 명함은 받은 순간부터 어느 것이 누구의 명함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며칠,몇 달이 지난 뒤 전화를 하거나 만나려 할 때는 더더욱 기억나지 않는다.

명함 문화가 바뀌고 있다.과거 명함에 사진을 넣는 사람은 영업 담당자나 국회의원 후보자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 총장,연구소 박사,공무원,대기업 해외 마케팅 담당자 등 명함에 사진이나 캐릭터,캐리커처를 넣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모 대학 부총장은 차별화를 위해 10년 전부터 명함에 사진을 넣었고,최근에는 사진을 넣는 사람이 늘자 다시 차별화를 위해 자신의 캐릭터를 넣고 다닌다고 한다.

사진을 넣으면 품격이 좀 떨어지는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자신감의 표출이며,특히 외국인들을 만날 때 자신의 첫인상을 좋게 하고 오래 기억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모 대기업 사장은 중요한 미팅을 하는 경우 나중에 알아보지 못하는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직원에게 사진을 찍게 한 뒤 나중에 얼굴과 명함을 맞추는 작업을 시킨다고 한다.얼마나 비효율적인가.이 기업과 사업이나 마케팅을 하려던 사람들이 얼굴 있는 명함을 사용했더라면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냈을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마케팅리서치 컨퍼런스에 참석하고,업무 제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5개 리서치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그때 받은 명함이 무려 50장쯤 되는 것 같다.외국인의 경우 이름이 익숙하지 않고 외우기도 어려워서 명함에 얼굴과 회사의 특징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반면에 사진이 든 필자의 명함은 신뢰감이 들고 기억하기 쉽다며 다들 좋아했다.덕분에 지금 몇몇 회사와 보다 쉽게 사업 제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다.

필자는 명함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기업인들은 남을 배려하거나 자신감을 보여주고 기억시키기 위해서,공무원들은 보다 책임감 있게 일하고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얼굴이 있는 명함을 사용하면 어떨까.

이것 하나만으로도 실용의 시대,글로벌화하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보다 빨리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접어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