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대표 측은 최근 잇단 회동을 통해 이같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 의원이 30여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탈은 사실상 분당을 의미하며 4월 총선구도도 격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 친박(親朴)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이 박 전 대표 측 의원에 대한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집단 탈당'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정당개혁,정치발전의 중요한 요체로 공천문제를 보고 있다"면서 "이 부분이 잘못되면 지금까지 애써서 이룩한 당의 정치개혁이나 정치발전이 매우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잘못되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은 유 의원의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이미 탈당이나 분당을 염두에 둔 독자세력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경고성' 발언은 최근 불거진 이 당선인 측과 박 전 대표 측 간 공천 갈등이 폭발직전에 접어들었음을 방증한다. 실제 박 전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내부 분위기가 그렇다. 살생부보다 더한 오만방자한 말들이 우리(박 전 대표 측)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상당히 조급해졌다. 벼랑 끝 전술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면서 "다 같이 죽더라도 함께 뛰어내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이같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데는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기간에 이재오 전 최고의원이 박 전 대표 측의 자존심을 건드린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전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원로인사는 "이 당선인이 얼굴에 먹칠을 하고 정권을 출범시킬지,아니면 공천을 원상태로 돌려 당내 잡음을 바로잡고 (대통령에) 취임할지 결정해야 할 때"라며 "이 문제는 결국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이 담판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은 "(박 전대표가) 탈당해도 그냥 탈당계 내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힘겨운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親)이명박 측 의원들은 일단 직접 대응을 피한 채 진위파악에 나섰다. 이 당선인 측은 박 전 대표 측이 '친이(親李)' 계열인 이방호 사무총장의 공심위 참여를 막기 위해 집단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