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를 수사 중인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삼성중공업 예인선박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양쪽 모두에 유출 사고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그러나 삼성중공업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우는 '중과실'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21일 삼성중공업 측 해상 크레인선 선장 김모씨(51)와 예인선 선장 조모씨(39) 등 2명을 해상오염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다른 예인선 선장 김모씨와 유조선 측 인도인 선장과 항해사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삼성중공업과 홍콩 소재 허베이 스피리트 선박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측은 출항하면서 항해 예정 기간 전체에 대한 기상 정보 파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기소된 해상 크레인선 선장 김씨는 당시 기상 정보를 상세하게 파악해야 함에도 소홀히 했고 무리하게 크레인선 운항을 강행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되는 사고를 초래했다는 혐의다.

조씨는 무리하게 예인 와이어를 작동시켜 끊어지게 하고도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관제소와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엔진 준비와 앵커 준비를 요청한 것처럼 항해 일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측 항해사도 육안 및 레이더 등 항해 장비를 이용한 접근 선박 주시를 태만히 했고 예인선단이 약 1마일 거리까지 가까워진 뒤에야 뒤늦게 선장을 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조선 선장도 충돌 위험 상황을 간과한 채 예인선단이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약 280m 거리를 두고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섣불리 판단해 닻을 신속히 올려 피항하는 등의 충돌위험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중과실 여부에 대해 검찰은 "검찰이 판단할 내용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앞으로 주민의 생활 터전 회복과 생태계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