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외국인이 집중적인 매도 공세를 보여 주가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당초 예상보다 미국 경제 침체가 더 심각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연초 내놓았던 연간 전망을 불과 몇 주 만에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증시는 '재미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도 등장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지금은 이론이나 기술적 분석에 따른 '저점 찾기'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점점 낮아지는 저점

21일 증시에서는 지난 11일,16일에 이어 이틀 간격으로 세번째 급락장세가 나타났다.

통상 세번의 급락 뒤에는 반등 국면이 전개되지만 이번에는 향후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투매 시 동반되는 거래량 급증이 아직 목격되지 않은 데다 펀더멘털(기업 실적) 악화라는 악재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급락세와 불안감으로 인해 지금은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손절매가 본격화되며 전 세계 주가가 동반 급락 중이어서 지지선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술적 분석이나 이론적인 근거를 통해 저점을 찾지만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어 지금으로선 무의미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의 코스피지수 하향 조정 작업도 잇따르고 있다.

기업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자금 유입도 순조롭다며 연초 1800선으로 제시됐던 올해 저점이 불과 2~3주 만에 1600선으로 추락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1800으로 분석했던 올 지수 최저치를 1600대 중반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조정 배경에 대해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봤던 미국 경제 둔화폭이 확대되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 이머징마켓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과 한화증권도 최저점을 1600대로 조정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주가 상승 동력과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저점을 1760에서 1640으로 하향했다.

한화증권도 연초 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 상황을 반영해 1분기 저점 전망을 1650으로 낮췄다.

이 밖에 코스피지수 '고점 2400,저점 1800'으로 제시했던 대우증권은 기업수익 예상치가 하향 조정됐다는 이유를 들어 저점을 1600대 중반으로 내릴 방침이다.

대신증권도 저점을 기존 1800에서 1700으로 끌어내렸다.

◆매수가능 지수대는

투자자들이 불안감으로 인해 악재에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1700 아래서는 적극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올해 코스피지수 하단을 1715로 상대적으로 낮게 예상했던 삼성증권은 "지금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며 "저점을 조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 파트장은 "지금 주가는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라며 "악재 해소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급반등이 나타나기는 힘들겠지만 1700 이하는 충분히 싼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당장 1700선이 무너지긴 했지만 연초 예상한 저점 1720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강현철 연구원은 "여러번 토론을 거치고 있지만 기존 전망을 변경해야 할 상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주가는 한국 증시가 새롭게 평가되기 시작한 출발점에 해당하는 주가수익비율(PER) 10.8배 수준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을 경우 1720 아래에서는 적극적으로 주식을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일시적으로 1700이 무너지긴 했지만 이미 저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저점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