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채 만기 상환이 돌아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른바 '자금 돌려막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갚기 위해 또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디어코프는 최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로 조달한 81억원을 전액 CB와 BW 상환금액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테크놀러지(CTC)도 조달 예정금액 247억원 가운데 127억원을 사채 상환에 사용한다.

CTC가 상환할 CB나 BW는 총 6건에 달했다.

CTC는 이와 별도로 금융기관 차입금 42억원을 갚을 계획이다.

증자 자금 247억원 가운데 169억원(68%)를 채무상환에 쓰는 셈이다.

YNK코리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0일 314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마친 YNK코리아는 121억원을 BW 3건의 원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일 자금도 111억원에 달한다.

조달 자금 314억원 가운데 232억원(73%)을 빚을 갚는 데 쓰는 것이다.

지난 14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에너랜드도 조달 예정금액 200억원 가운데 58억원을 BW 만기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종진씨가 인수한 사이버패스는 인수 과정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211억원 가운데 70억원을 사채 상환에 투입한다.

케이엘테크도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 가운데 100억원으로 내달 BW 원금을 갚을 예정이다.

채무를 갚으면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만 이같이 사채 발행 원금을 갚기 위해 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기업가치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의석 굿모닝투자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시설투자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증자가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한 증자는 당장 생존에 급급하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며 "주주가치 희석문제와 함께 기업 미래 가치가 어둡다는 반증"이라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도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과거 사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 실적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