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오는 3월 고 3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등급제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학들 사이에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수능 등급제에 불만을 나타냈던 대학들 대부분은 인수위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등급제 폐지를 전제로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힌 서강대 등의 경우에는 실제 2009학년도 정시부터 논술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교육적 차원에서 갑작스러운 수능등급제 폐지는 옳지 않다는 의견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인수위의 방안은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이 21일 합의한 '2010학년도 이후부터 등급제 보완' 방안보다 시기가 1년 앞당겨진 것으로 수능 등급제를 둘러싼 혼란을 조기에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대입에서 대학들의 수능 반영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점수 원점수도 공개

인수위가 22일 발표할 대입 종합대책의 핵심은 수능 등급제에 대한 보완대책이다.

인수위가 확정한 보완 방안은 대학들이 제시한 안처럼 영역별 등급 외 백분위와 표준점수 원점수 등을 공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표준점수,원점수 등이 공개되면 수능 등급제는 사실상 폐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 수도권 소재 주요 대학 대부분이 등급이 아닌 표준점수나 원점수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고교 내신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9학년도 입시는 2008학년도 이상으로 철저히 수능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요 대학들은 앞다퉈 수능의 반영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능 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만큼 주요 대학들이 수능의 반영 비중을 높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등급이 발표된다고 해도 등급을 기준으로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대학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공개한다면 정시 논술을 확실히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와 대학들의 '엇박자'

대부분의 대학은 인수위 결정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인수위가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수능등급제의 존폐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날 오전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처장들의 모임인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가 "수능등급제를 등급,백분위,표준점수 외 원점수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하며 보완 시기는 2010년 이후로 미루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이 같은 인수위 방안이 나온 것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인수위의 발표가 없었다면 이날 합의된 입학처장들의 의견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거쳐 대학의 공식 의견으로 인수위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한 지방 소재 대학의 관계자는 "인수위가 주요 사립대학의 의견만을 듣고 올해 당장 수능 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대학들에 입시 자율권을 준다면서 대학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무시하는 것은 대입 자율화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