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23일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및 재할인율 0.75%포인트 전격 인하 조치와 점차 심화되고 있는 미국발 경제위기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올해 주요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첫 회의부터 예상을 뛰어 넘은 FRB의 인하조치를 두고 패널들 간에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팽팽하게 맞섰다.또 미국의 경기침체와 신흥 경제권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여부를 놓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세계 증권가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FRB의 금리인하 조치가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제력 상실을 보여주고 또 다른 버블(거품)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한 반면, 존 스노 전 미 재무장관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부정적인 평가가 다소 많았다. 소로스는 "현 위기는 주택 붐에 뒤이은 파열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바탕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신용 팽창을 해온 (2차대전 이후) 지난 60년의 시대가 끝났음을 뜻한다"며 "중앙은행들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서머스 전 장관도 "버블들이 붕괴하기 시작한 지난 6개월간 손을 놓고 있었던 중앙은행들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경제관리에 따른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고 비판했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회장인 스티븐 로치 역시 "시장친화적인 FRB가 엄청난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버블 경제를 낳을 것"이라면서 "과도한 통화량 공급은 버블에서 버블로, 또 다시 버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스노 전 장관은 "FRB의 행동은 FRB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경제의 부정적 추세를 인식하고 과감한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미 FRB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들이 강력하고 대담한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인지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어제 나왔다"면서 "중앙은행들이 세계의 앞날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밖에 누가 그것을 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경기침체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전망, 그리고 미국의 경기침체를 '브릭스'(BRICs)로 불리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 경제권이 세계의 성장엔진을 교체하면서 상쇄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이 가능한지를 놓고도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로치 회장은 "나머지 세계는 복원력이 많지 않다"고 말하고 멕시코가 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침체로 가는데 멕시코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욕 소재 루비니 글로벌 경제의 누리엘 루비니 회장도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나머지 세계는 감기에 걸린다는 비유를 든 뒤 "이번에 미국은 만성 폐렴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셰브론 그룹의 회장 겸 CEO인 데이비드 오렐리는 "미국 경제가 둔화 또는 가벼운 침체까지 간다 하더라도 나는 낙관적이다. 전망은 여전히 매우 좋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위용딩 소장은 "미국 경제가 엄청난 침체에 빠진다면 우리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은 어떤 침체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연합뉴스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