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X 라는 소리가 뒤통수에 쏟아졌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집중력 학습기인 엠씨스퀘어를 제조ㆍ판매하는 대양이앤씨의 임영현 대표(49).지난해 7월 공동대표였던 남편 이준욱씨(55)가 5년간 연속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지인들이 "억척 보험설계사 출신인 부인이 하면 나을거야"라며 강권해 단독대표가 됐다.

임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칼을 휘두르는 '여장부 최고경영자(CEO)'로 변했다.

작심하고 영업망과 조직 수술에 들어갔다.

우선 대리점의 엠씨스퀘어 독점판매권을 없앴다.

대신 홈쇼핑 이마트 하이마트 등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대리점주들이 '배신행위'라며 반발했지만 그는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면 대리점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득했다.

회사 내부에선 사업을 6개 분야로 나눈 뒤 전문가를 영입,대표로 앉혔다.

실적에 따라 사장이 될 수도,옷을 벗을 수도 있는 실적평가제를 도입했다.

직원 20%가 제발로 걸어나갔다.

남편이 회사 설립 후 18년간 못한 구조조정을 5개월 만에 끝냈다.

"간부들은 회사가 코스닥 상장된 이후 회사 개혁보다 주가 관리나 유행 좇기에만 신경썼어요.

남편도 에너지자원개발 등 새사업을 불쑥불쑥 내놨는데,잘못이었죠." 임 대표는 전 공동대표였던 남편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지금까지 회사가 존립해온 것은 경영 능력과는 무관했어요."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자 시장 포화로 매출이 급감했던 엠씨스퀘어가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5년 만에 첫 흑자전환을 했고,4분기 역시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임 대표는 제품에 대한 불신감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국내 의학계에선 '업체와 짝짜꿍'이란 시선이 부담돼 '공식 인정해줄 수는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방향을 돌려 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 기관인 미국 토머스 제퍼슨 의대(필라델피아 소재)를 찾아갔다.

벽은 한국보다 더 높았다.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이클 스퍼링 신경과장을 1년간 스토킹하다시피 했죠.결국 '실험할 가치가 있는지나 테스트해 보자'며 승락을 하더군요."

이후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미 의대 측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제품의 기능을 발표했다.

"CNN CNBC와 시카고 트리뷴 등 32개 언론사가 몰린 현지 기자회견이 열린 날 펑펑 울었어요."

끈질긴 동양인 여자라는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하루 5시간씩 빵과 우유로 때우며 병원 복도를 서성거렸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양이앤씨는 곧 회사 이름을 '휴먼스퀘어'로 바꿀 예정이다.

기존 사명에 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다.

또 상용화한 통증완화 장치 '페인스토퍼'와 자회사 메디제니스가 개발한 안과진단용 신물질을 향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엠씨스퀘어 칩을 공급하는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사명 변경은 본격적인 변화의 시작일 뿐입니다.

3월 주총에 한번 와보세요.

진짜 변화가 뭔지 보여 드릴게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