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하루 30건 이상의 '보고(報告)'를 받는다.

비서실 내 정책기획팀에서 수합하는 인수위 분과별 보고서까지 합치면 무려 50~60건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측근들은 "당선인이 이 중 절반가량은 소관부서로 되돌려보낸다"고 말했다.

당선인의 스타일과 취향을 몰라 혼쭐이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인데,이 당선인이 가장 싫어하는 보고 유형이 전문가 의견,예산안,해외사례가 빠진 것이라고 한다.


◆꼭 챙겨야 할 전문가 의견

이 당선인은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재추진과 관련해 측근들에 "굵직한 세계적 이벤트를 유치하는데 지자체가 왜 이렇게 좁은 물에서 허덕이냐.지자체에 파견하는 국제자문대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해외전문가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다시 챙기라"고 지시했다.

국민적 정서에 기대어 '평창 프로젝트'를 무턱대고 적극 지원한다 발표하지 말고,해외 성공사례를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이미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국가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빠짐없이 만나보라며 역정을 낸 것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다른 나라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뒤탈이 없다"고 귀띔했다.


◆예산안.해외사례 지참 필수

인수위 외교분과 박진 간사는 "당선인에게 보고할 땐 해외사례와 예산을 반드시 챙겨가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해?" "돈은 어떻게 할 거야?"라고 꼭 물어본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전면 수정을 예고한 새만금 개발계획이 대표적이다.

인수위 새만금TF 관계자는 새만금 내 농지 비율을 30%로 줄이고 산업용지를 70%로 늘리는 큰 틀의 방향을 세워 당선인에게 보고했다가 해외사례가 거의 없어 본전도 못 건졌다.

특화산업단지를 만들 때 물류.관광.산업분야를 어떻게 조밀하게 배분할지 '벤치마킹' 사례를 좀 더 찾아보라는 따끔한 훈계였다.

일부 지역을 금융경제특구로 지정,외국기업 면세지역을 설치하고 해외송금을 자유화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당선인은 두바이나 케이맨군도 같은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사업에 적용할 것은 없는지 재차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인수위 핵심인사는 또 "예산안 없이 지역개발사업을 들이댔다가는 '정신나간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