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무의결권 주식을 취득한 경우 배당 소득과 주식 양도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협력업체가 이익을 많이 내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대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24일 인수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 촉진 세제지원 방안'이 새 정부의 경제 분야 핵심 과제에 포함됐다.

당초 인수위는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주식 취득 때 매입 대금의 5%를 세액 공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세금 혜택을 받은 뒤 주식을 팔아버릴 경우 제도 도입 취지를 실효(失效)시킬 수 있는 데다 사후 관리를 위해 조건을 달면 새 정부의 세제 간소화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당 단계에서 '익금 불산입'(법인세의 과표에 포함시키지 않아 사실상 세금을 면제하는 조치)과 주식 양도 차익에 비과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법인세 경감 어떤 식으로

현행법상 내국 법인이 100% 자회사를 제외한 다른 법인으로부터 배당받은 소득은 지분율에 따라 30~50%만 공제되고 나머지는 모두 법인세 과표에 포함돼 세금이 매겨진다.

보통 연간 세전 이익이 1억원이 넘게 마련인 대기업은 25%의 고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인수위는 만약 대기업이 자신들과 '장기간 계속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 협력업체에 투자해 배당을 받은 경우엔 배당 소득의 100%를 공제해 법인세를 물지 않게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다만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주식을 취득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주식은 무의결권주(株)로 한정키로 했다.

무의결권주는 의결권이 없다는 점에서는 우선주와 비슷하지만 배당에서 통상 1%를 더 주는 혜택이 없어 '의결권 없는 보통주'에 해당한다.

지금은 주식 총수의 25%까지만 무의결권주로 발행할 수 있지만 현 정부가 이 한도를 50%로 높이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놨다.

인수위는 협력업체의 기업 가치가 높아진 뒤 주식을 되팔 경우 얻게 되는 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인의 주식양도 소득 역시 25%의 세율이 매겨지고 있어 협력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대기업에는 상당한 혜택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자사주를 제외한 무의결권주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 이 방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무의결권주 상장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소기업 상생 패러다임 바뀐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대해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깎거나 대금 지급 지연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을 받았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에 대해 정부가 강제력으로 개입해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처럼 처벌로 강제하는 하도급 공정화 정책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활동의 본질적 속성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납품단가 인하의 부당성 등을 판단하는 데 공무원들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협력업체를 쥐어짜야 내가 이익을 보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협력업체 출자에 대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주식을 쥐게 해 '협력업체가 살면 내가 이익을 보는' 결과를 만들어주기 위한 취지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