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이나유니콤에 약 1조원을 투자한 SK텔레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차이나유니콤 주가가 올라 자산가치가 두 배로 커졌지만 추가 투자를 생각하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빠졌다.

SK텔레콤은 2006년 7월 10억달러를 들여 차이나유니콤 전환사채를 매입했고 지난해 8월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8억9975만주,지분 6.6%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1년6개월 만에 자산 가치가 1조원 넘게 상승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차이나유니콤의 홍콩 증시 주가는 24일 현재 17.04홍콩달러다.

지난해 주식 전환 가격이 8.63홍콩달러였으니 자산 가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차이나유니콤의 12개월 목표 주가를 18.90홍콩달러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 3731억원을 영업외이익으로 반영했고 연말 기준 대차대조표에서도 6000억원 이상의 자산 상승분을 반영할 예정이다.

차이나유니콤 주가 상승은 SK텔레콤 경영진이 해외사업의 필요성을 이사회에 설득하는 좋은 배경도 됐다.

미국 힐리오,베트남 S폰 등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다른 지역 사업과 비교할 때 중국은 이미 거둔 자산가치 상승 효과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성장 전망까지 모두 밝다.

"중국 덕택에 이사회에서 해외 투자 말이 먹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기까지만 보면 차이나유니콤 투자는 대성공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차이나유니콤 주식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통신사업을 펼치고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분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투자했다.

당연히 현재 6.6%인 차이나유니콤 지분을 두 배 이상 확대해야 사업다운 사업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천정부지로 뛴 바람에 이게 쉽지 않게 됐다.

지분을 20%대까지 높이려면 4조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임박한 중국 통신 시장의 복잡한 변수도 골치 아픈 요소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차이나유니콤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망을 차이나텔레콤에,유럽형 이동전화(GSM)망을 차이나넷콤에 매각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차이나유니콤 주가 상승으로 SK텔레콤의 자산 가치가 상승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라면서도 "향후 추가 지분 취득 등을 고려하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