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이 24일 출국했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그레이켄 회장을 기소 유보하고 출국정지를 해제한 덕분이다.

금융계에선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유보 결정으로 인해 HSBC와 론스타 간 체결된 외환은행 매매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HSBC의 인수 가능성이 이전엔 20~30%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60~70%로 뛰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수사중단이며 승소에 이를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원 판결에 따라 항소 등이 뒤따라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HSBC 인수 가능성 높아져

금융계는 검찰이 1차라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조사를 '마무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불법을 입증할 만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레이켄 회장까지 기소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그렇지 않고 그레이켄 회장을 풀어준 것은 그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며 향후 패소할 경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보강조사를 실시키로 한 것 역시 그레이켄 회장이 관여한 정황을 명확히 찾아내지 못한 탓이 아니겠느냐는 풀이다.

이와 더불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이 위법행위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이 패소하고 항소하지 않는다면 금융감독 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 검찰이 항소한다 하더라도 금융감독위원회가 법원의 1심 판결만을 기초로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HSBC는 세계적 금융회사인 만큼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결격사유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그렇다고 HSBC가 계약서처럼 오는 4월 말까지 외환은행 인수를 마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일정 때문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2월1일 나오겠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재판 역시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심리에 상당한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4월 말까지 1심 판결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이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마이클 톰슨 고문,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추진할 경우 언제 인도될지 알 수 없어 시간을 더 끌 공산이 크다.

그레이켄 회장의 2차 출석 약속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다.

게다가 금융감독 당국이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보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1심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검찰이나 피고 어느 쪽이라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