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2003년 엔화스와프예금을 개발,'선물환계약을 통해 비과세 수익을 거두는 상품'이라며 적극 마케팅에 나섰다.

신한은 과세 여부를 확실히 해두려고 당시 은행원 개인 명의 등으로 국세청 인터넷 종합 상담센터에 질의했다.

그 결과 '개인이 금융기관에서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후 외화예금을 가입함과 동시에 선물환계약을 체결할 경우 비사업자인 개인의 선물환 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2005년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법인세 이자소득세 등 130억여원을 추징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 8일 기각됐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인터넷상담은 국세청의 공적 견해를 표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있는 유권해석으로 보기 어렵다"며 "질의 내용도 엔화스와프 예금거래에 대해 특정된 질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 인터넷상담 초기 화면에는 '답변은 제시된 자료를 근거로 작성하며,법적 효력을 갖는 유권해석이 아니므로 각종 신고 불복청구 등의 증거자료로서 효력은 없다'고 나와 있다.

이 같은 혼란은 결국 은행 측 질의의 구체성 여부와 국세청 답변의 구속력 여부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청이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5월부터 도입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는 납세자가 어떤 특정한 거래에 있어 과세 여부 등 세무 관련 의문 사항을 정확한 사실 관계를 토대로 사전에 국세청에 질의할 경우 이를 질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답변을 내려주는 제도다.

미국 국세청이 시행 중인 '개별유권해석(Private Letter Ruling)'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세법 해석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국세청과 재정경제부가 제도 도입을 위해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협의 중이다.

현재로선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5월부터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실명'으로 구체 사실 적어야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우선 세무 문제의 당사자가 실명으로 질의를 해야 한다.

세무대리인이 할 경우에도 당사자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국세청의 '법령질의신청서'에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정확히 기재한 뒤 국세청장 앞으로 제출하면 된다.

국세청은 일정 기한 내에 구속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게 된다.

기존에는 세무 민원질의의 경우 원칙적으로 14일 내(연장 가능)에 답변을 주지만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구속력 있는 답변을 마련하기 위해 답변 기간이 14일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질의할 때 당사자 이름 등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거나 질의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세무신고를 하지 않으면 답변 내용이 구속력을 잃는다.


◆실효성은 있을까

기존 국세상담센터 등을 통한 질의와 확연히 다른 점은 '당사자'가 '실명'으로 해야 한다는 점과 답변에 구속력이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세무 문제에 대해 거래상의 모든 사실 관계를 실명으로 국세청에 알려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대부분의 민원질의는 가명,차명으로 들어왔다"며 "원칙적으로 세무 관련 질의의 경우 당사자가 아니면 유권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제도지만 기업들이 민감한 세무 문제에 대해 총론이 아닌 구체적인 각론을 시시콜콜 다 국세청에 털어놓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