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현재 속에 맹아(萌芽)의 형태로 존재하며 성장한다.

그 미래가 시간과 함께 성숙하고 주류의 자리를 차지할 때면 미래는 곧 현재가 된다.

그러므로 세상사에 주의 깊은 관찰자라면 현재 속에서 미래를 읽어내는 혜안을 존경받고,영웅은 그 맹아를 직접 가꿔가며 미래를 창조하는 자라 해서 추앙받는 것이다.

요새 흔히 말하는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명제는 이것의 다른 표현이다.

'지식을 거닐며 미래를 통찰하다'(안치용 지음,리더스북)는 이처럼 우리 곁에 널려있는 미래의 싹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지적 노력의 소산이다.

사소해 보이는 사회현상과 이슈들,신문이 만들어내는 온갖 신조어들이 곧 미래의 단초가 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미래를 읽는 지식 트렌드 9가지'라는 부제가 시사하듯이 수십가지 항목을 △불확실성 △지속가능성 △소비자 △유전자 △에너지 △여성 △종교 △인간 △자아 등 크게 아홉 갈래로 나눴다.

트렌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인간과 환경,에너지,경제,과학기술,사회문제,경영 등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법 두툼해진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참으로 곤란하다.

세계화와 지구온난화 같은 거대 담론을 얘기하는가 했더니 금방 지름신(神) 과 조폭마케팅 같은 말랑말랑한 세태어가 심각하게 논의된다.

실증데이터와 그래프가 잔뜩 제시되는가 하면 '이러저러하게 살아라' 식의 인생론과 자기성찰을 위한 대목도 있다.

자유로운 생각 때문일까,서술 형식 역시 인터뷰의 포맷도 가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해체주의의 폐허 위에 세워질 미래를 얘기하는데 이것이 더없이 어울리는 양식일 수도 있겠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미래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한 문제들에 대한 양시양비(兩是兩非)의 태도로는 희망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경향신문 부설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장이다.

656쪽,1만8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