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이 들려주는 강남 아줌마 따라잡기] (20) PB 투자성향 · '전공'부터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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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김 팀장 얘기를 들었어야 했는데….'
공직생활을 하다가 은퇴해 지금은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자문역을 맡고 있는 A씨는 요즘 후회막급이다.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에 넣어둔 20억원의 금융자산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탓에 원금손실을 보기 시작해서다.A씨의 한숨이 부쩍 늘어난 것은 자신의 재산을 담당하는 해당 PB센터 김모 팀장의 조언을 무시한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사정은 이렇다.
A씨가 수도권에 보유하고 있던 작은 빌딩을 매각한 돈 20억원을 들고 지금 거래 중인 PB센터를 찾은 것은 2006년.PB센터장으로부터 소개받은 김 팀장은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보수적 투자를 선호하는 대표적 PB였다.하지만 지난해 1분기를 지나면서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친구들이 모두 연 50%를 넘나드는 고수익을 올리자 은행금리 수준을 조금 넘는 정도의 안전투자를 권유하는 김 팀장에 대한 불신감이 점차 커졌다.하반기 들어 A씨의 수익률도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30%에 육박할 정도로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김 팀장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A씨는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김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작년 10월.김 팀장은 "평소 알고 지내는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로부터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테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그는 A씨에게 "보유한 해외펀드를 매도해 이익을 실현하고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하지만 A씨는 김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만기가 돌아온 수억원대의 예금을 모두 이머징 마켓 펀드에 집어넣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만약 A씨가 그때 김 팀장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면,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금융위기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일선 PB팀장들의 표정에도 음양이 뚜렷하다.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고 '지키는' 투자방식을 고수했던 PB들은 요즘 같은 하락장을 차분하게 지켜보며 언젠가 찾아올 다음 번 '큰 장(場)'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분위기다.반면 '온리(only) 펀드'를 고집하던 공격성향의 PB들은 '잘 나갔던' 시절을 뒤로 하고 하루를 1년처럼 보내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많게는 수백억원대를 굴려온 PB들은 돈을 맡기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수십%대의 고수익을 올려주는 '미다스의 손'으로 오해 받는 측면이 있다.그렇지만 그들도 신이 아닌 이상 이런 패닉장 속에서 수십%대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PB별로 개인적인 투자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강남아줌마들 입장에서는 어떤 PB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김 팀장과 같이 한 센터에서 같이 근무하는 다른 PB팀장 중에서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굴리는 자산의 수익률이 급락해 전전하고 있다.
PB들의 '전공'분야 역시 고객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친다.PB에 따라 다들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이를테면 어떤 PB는 부동산에 강한 반면,어떤 PB는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고,또 어떤 PB는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품 투자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이들은 다들 각각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호의를 갖고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한다.
결국 이 같은 PB 개개인의 성향차이에 휘둘리지 않고 최종 투자결정을 주체적으로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강남아줌마만이 위기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스스로 잘 파악해 PB들의 조언을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역량은 비단 수십억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강남아줌마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최근 들어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권 곳곳에서 금융자산 5000만∼1억원 정도를 굴리는 젊은 샐러리맨 부부를 위한 보급형 PB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이처럼 PB서비스가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남아있지 않고 샐러리맨들에게까지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PB서비스를 먼저 향유하고 있는 강남아줌마들의 최근 경험들은 개미투자자들이 참고해 봄직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
공직생활을 하다가 은퇴해 지금은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자문역을 맡고 있는 A씨는 요즘 후회막급이다.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에 넣어둔 20억원의 금융자산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탓에 원금손실을 보기 시작해서다.A씨의 한숨이 부쩍 늘어난 것은 자신의 재산을 담당하는 해당 PB센터 김모 팀장의 조언을 무시한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사정은 이렇다.
A씨가 수도권에 보유하고 있던 작은 빌딩을 매각한 돈 20억원을 들고 지금 거래 중인 PB센터를 찾은 것은 2006년.PB센터장으로부터 소개받은 김 팀장은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보수적 투자를 선호하는 대표적 PB였다.하지만 지난해 1분기를 지나면서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친구들이 모두 연 50%를 넘나드는 고수익을 올리자 은행금리 수준을 조금 넘는 정도의 안전투자를 권유하는 김 팀장에 대한 불신감이 점차 커졌다.하반기 들어 A씨의 수익률도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30%에 육박할 정도로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김 팀장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A씨는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김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작년 10월.김 팀장은 "평소 알고 지내는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로부터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테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그는 A씨에게 "보유한 해외펀드를 매도해 이익을 실현하고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하지만 A씨는 김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만기가 돌아온 수억원대의 예금을 모두 이머징 마켓 펀드에 집어넣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만약 A씨가 그때 김 팀장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면,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금융위기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일선 PB팀장들의 표정에도 음양이 뚜렷하다.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고 '지키는' 투자방식을 고수했던 PB들은 요즘 같은 하락장을 차분하게 지켜보며 언젠가 찾아올 다음 번 '큰 장(場)'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분위기다.반면 '온리(only) 펀드'를 고집하던 공격성향의 PB들은 '잘 나갔던' 시절을 뒤로 하고 하루를 1년처럼 보내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많게는 수백억원대를 굴려온 PB들은 돈을 맡기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수십%대의 고수익을 올려주는 '미다스의 손'으로 오해 받는 측면이 있다.그렇지만 그들도 신이 아닌 이상 이런 패닉장 속에서 수십%대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PB별로 개인적인 투자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강남아줌마들 입장에서는 어떤 PB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김 팀장과 같이 한 센터에서 같이 근무하는 다른 PB팀장 중에서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굴리는 자산의 수익률이 급락해 전전하고 있다.
PB들의 '전공'분야 역시 고객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친다.PB에 따라 다들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이를테면 어떤 PB는 부동산에 강한 반면,어떤 PB는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고,또 어떤 PB는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품 투자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이들은 다들 각각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호의를 갖고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한다.
결국 이 같은 PB 개개인의 성향차이에 휘둘리지 않고 최종 투자결정을 주체적으로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강남아줌마만이 위기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스스로 잘 파악해 PB들의 조언을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역량은 비단 수십억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강남아줌마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최근 들어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권 곳곳에서 금융자산 5000만∼1억원 정도를 굴리는 젊은 샐러리맨 부부를 위한 보급형 PB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이처럼 PB서비스가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남아있지 않고 샐러리맨들에게까지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PB서비스를 먼저 향유하고 있는 강남아줌마들의 최근 경험들은 개미투자자들이 참고해 봄직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