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발업체 '죽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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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D램 업체들의 부진한 실적 발표가 잇따르면서 투자 축소와 공급 증가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업체 실적 추락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봄바람의 진원지는 ‘남의 불행’이다.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밝힌 대만의 난야(Nanya)와 이노테라(Inotera)는 각각 54.8%, 25.0%의 영업손실율을 보였다.
특히 독일 키몬다(Qimonda)는 재고상각과 구조조정 비용 여파로 115.0%의 영업손실율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매출액을 상회하는 5억9000만유로에 달한다.
대만 프로모스의 감산 소식에 이어 이들 3개 업체 역시 실적 악화로 인한 현금 보유액 감소와 올해 설비투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난야의 투자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400억 대만달러를 유지하자민 이노테라는 300억 대만달러로 31.8%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라인 건설 계획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지난해 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큰 키몬다는 전년 대비 50% 가량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이며, 주로 싱가폴의 300mm 팹(fab) 건설에 쓰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들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향후 시장점유율 확대와 경쟁력 강화가 점쳐지고 있다.
◆"D램 조기반등 무산 기도해야"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기업설명회(IR)에서 반도체 부문에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7조원을 투자하고 D램 전체 시장 평균 생산증가율을 상회하는 증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조8000억원보다는 줄어든 3조500억~4조원 가량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시장 평균 생산증가율 수준의 증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D램 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하지 않는 것이 되레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3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투자자들은 D램 가격 조기 반등 무산을 기도해야 한다”며 “후발업체들이 버텨봐야 별 소용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업체들이 극심한 적자에 허덕이면서 손실을 보는 동안 선두업체가 이득을 얻은 시나리오가 바람직하다는 것.
◆1Gb 세대교체 호재..최근 반등은 일시적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게 또 하나의 희소식은 지난 18일 발생한 비트크로스(Bit Cross)다. 이는 용량이 2배인 1Gb 제품 1개 가격이 512Mb 2개보다 저렴해지는 것으로 주력 제품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512Mb 2개 대신 1Gb 1개를 탑재하는 현상이 앞으로 급속히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Gb 제품 비중이 대만이나 유럽 업체들보다 높아 시장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1Gb 생산에는 60나노급 이하 미세공정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국내 업체 외에는 그만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20~30%이던 양사의 1Gb 제품 생산 비중이 올 1분기 말~2분기에는 50~70%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최근 D램 가격의 반등(512Mb 기준 1월 중순 0.93달러→25일 1.10달러)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삼성증권은 25일 보고서에서 최근 D램값 반등은 프로모스가 설 연휴를 전후로 생산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는 소식에 따른 것“이라며 좀 더 구조적 공급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D램 현물가격 반등은 중국 춘절과 프로모스 감산을 앞둔 투기 수요가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