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에 인력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펀드시장이 단기간에 급팽창한 데다 최근 증권사와 보험사,외국계 대형 금융사까지 잇따라 운용사 신설에 나서면서 펀드매니저와 마케팅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자산운용 인력은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 경쟁사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2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을 추진 중인 블랙록자산운용은 조동혁 전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투자부문 책임자로 최근 영입했다.

2006년 메릴린치투신과 합병한 블랙록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1조3000억달러(약 1228조5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대형 회사다.현재 서울사무소를 두고 역외펀드를 판매 중이며 연내 국내에 자산운용사를 설립,비과세 혜택을 받는 해외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블랙록은 이달 말까지 감독당국에 운용사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블랙록은 강점을 지닌 해외펀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자산 부문 매니저와 마케팅 인력 충원에 나설 계획이다.

자산운용 규모가 세계 13위에 이르는 초대형 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도 최근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코리안리보험은 최근 외국계 헤드헌팅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인력 확보작업에 들어갔다.

이 밖에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 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을 비롯 현대증권 메리츠화재 등도 연내 운용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에셋플러스투자자문도 자산운용사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A자산운용 대표는 "대형 운용사의 주니어급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최근 스카우트 바람으로 자리이동이 빈번하다"며 "기존 연봉의 두 배 정도를 받고 옮기는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소형 운용사의 대표는 "최근 영입을 타진하던 한 매니저를 대형 외국계 회사로 빼앗겼다"며 "신설사나 소형사의 경우 인력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C자산운용 관계자는 "작년 말에는 자문사의 매니저 3명이 한꺼번에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두 회사 간 감정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국계의 경우 국내 판매사와 네트워크가 좋은 마케팅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 몸값이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