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심리학'을 쓴 이경수씨는 40대 남자를 '바람난 남자'라고 했다.불현듯 어디론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고,가슴이 저며오는 연애를 해보고 싶고,뜬금없이 머리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주책없이 눈물이 흐르는가 하면,노래를 들어도,영화를 봐도 모두가 내 얘기인 것만 같단다.분명 바람난 40대의 자화상이다.

40대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쓸쓸하기만 하다.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 왔지만 주머니는 비었고,머리칼은 점점 성글어지고,눈가에는 주름살마저 패어간다.

사춘기에 빗댄 사추기(思秋期)도 40대를 지칭하는 말이다.갖가지 회한에 아쉬운 한숨을 짓고,깊은 상념에 잠기는 시기인데,10대처럼 꿈을 키우기 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하면 보람있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바꿔 말하면 정년 이후의 인생 제 2막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40대는 흔들리기만 하는 나약한 세대일까.아니다.그들에게는 살아온 경륜이 있고,탄탄한 인간관계가 있고,매사를 꼼꼼히 따지는 신중함이 있다.꿈으로만 가득찬 10대와 정열만이 넘치는 청년기와는 달리,그들은 보다 원숙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도전적인 인생설계를 한다면 얼마든지 가슴 벅찬 삶을 만끽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우리 직장인들은 40대에 막 들어서면서 인생 2막의 준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온라인교육사이트 에듀스파의 조사결과다.정년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노후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저간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자신을 중간 결산하는 또 하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 같다.

마흔의 방황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실패할 경우를 상정하며 선뜻 손을 대지 못한다.수십 가지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짓누른다.그러나 잠깐 주위를 눈여겨 살펴보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고난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