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 증가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5%의 '깜짝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2006년 1분기(6.3%) 이후 최고 수준이다.하지만 고유가 여파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07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5.5%로 2분기(5.0%)와 3분기(5.2%)에 이어 5%대를 유지했다.

한은은 당초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1.0%,전년 동기 대비 5.1%로 전망했다.실제 성적이 예상치를 웃돈 것이다.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기준 실질 GDP 성장률도 전망치(4.8%)보다 높은 4.9%로 집계됐다.

4분기 성장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우선 생산 측면에서 제조업과 건설업이 탄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영상음향통신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3.4% 성장했다.건설업은 토목건설 증가에 힘입어 3분기 -0.2% 성장에서 4분기에는 0.4% 성장으로 돌아섰다.지출 측면에서 민간 소비(전분기 대비 1.1%)와 수출(7.3%)이 증가세를 보인 것도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외형상 견조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별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 대비 0.5%,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실질 GDI 성장률은 연간 기준으로도 3.9%에 불과했다.

이처럼 실질 GDI가 실질 GDP를 밑도는 것은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개선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입대금이 크게 늘어난 반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은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것은 원자재 수입과 정보기술(IT)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상 이 같은 상황이 당장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 전망과 관련,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미국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실물경제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다만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