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어깨에 표범 문신을 한 소년을 따라가 하루 종일 뒹굴고 싶어

가장 추운 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섹스를 나누다 프러시아의 스킨헤드에게 끌려가 두들겨 맞아도 좋겠어(…)

지금은 이산의 계절

우리는 춥고 쉬 지치며 더,더,더,젊음을 질투하지만 네가 잠든 사이 나는 허물을 벗고 스모키 화장을 지우고 발톱을 세워 가터벨트를 푼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사로잡힌 자의 눈빛으로 검은 표범의 거처에 스며들거야

단단한 근육을 덮은 윤기 흐르는 검은 벨벳,흑단의 전율이 폭발할 때까지 이제 동굴보다 깊은 잠을 자야지

도마뱀자리 운명,진짜 내 목소리를 들려줄까?

-문혜진 '검은 표범 여인'전문


순응과 체념의 시대다.넘치는 문명에 길들여진 탓이다.야성은 숨죽이고 모험은 사라졌다.거대한 놀이기구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세상.기계와 전파와 숫자에 함몰되는 인생.그 속에서 포장된 길만을 오간다.

생명의 원리인 남ㆍ여의 경계도 희미해졌다.지루하고 무기력하다.그래서 어쩌란 말인가.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야성으로 돌아가라.검은 표범의 단단한 근육,흑단의 전율이 폭발할 때까지 극단으로 밀어올려라.때론 일탈하고 자주 탕진하라.'진짜 네 목소리'를 회복하라.

시인이 내놓는 도발적 제안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