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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근로자 4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기업 총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는 품목 수만 31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부단한 기술혁신과 제품개발로 세계 7위의 이탈리아 경제를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부존자원도 별로 없고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대만이 세계경제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힘의 원천도 건실하고 강한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은 없지만,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노키아, 애플 인텔 등 세계적 기업들의 협력업체로 활약하고 있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은 122만여개로 전체기업 수의 97.8%를 차지하고 종업원 수는 764만 명으로 총고용의 77%를 차지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이런 중소기업의 역할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복 이후 60년 동안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하고 미래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이들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대기업을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동물에 비유한다면, 중소기업은 이들이 살 수 있는 토양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식물로 비유할 수 있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흔히들 식물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 즉 움직임이 없고 또한 해부학적으로 덜 복잡하기 때문에 동물보다 진화가 덜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덜 복잡하다는 것이 열등을 의미하는 것일까? 식물은 그 구조적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적응력으로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까지 분포하고 있다.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는 것은 식물이 오히려 동물보다 진화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진화론적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도전과 응전 속에서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투지와 기술이 있으면 어떠한 외풍도 견딜 수 있다. 기업 하나가 쓰러지면 또 다른 기업이 그 뒤를 잇는 중소기업은 경제의 원동력이다. 중소기업이 없는 한국 경제는 생각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뚫고 세계로 나아가는 유망 중소기업들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튼튼해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중소기업계는 큰 시련기에 접어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으로선 미국 시장 진출의 기회가 늘어나 좋겠지만,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업체는 존립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일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고도의 기술과 정보력을 지닌 미국 중소기업의 제품에 맞설 수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낙후된 기술과 노후된 생산 시설로는 한·미 FTA가 불러올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기초 설비인 주물과 금형 시설, 열처리와 단조 시설은 선진국 수준에 비해 너무 노후했을 뿐만 아니라 생산 기술이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이나 경영 여건이 총체적으로 달라져 버린 상황에서 살 길은 오직 하나다. 국제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체질을 단련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이란 장애물이 걷히면서 앞으로는 세계시장으로 비상하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우리가 국민소득 2만달러에 오기까지의 주역은 제조업이었다. 포항의 영일만 바다를 메워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스코는 세계 5대 철강회사로 진입했고, 조선업체들은 전 세계 조선시장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포진해 있는 5대 제조업 분야의 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제조업체의 힘만으로는 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를 열어젖힐 수 없다. 제조와 서비스, 정보기술 등 총체적인 영역에서 활약하는 중소기업의 육성을 통해 이를 달성해야 한다.

성장하는 세계시장에서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방법, 새로운 시도로 강소기업을 육성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Small is Powerful'이란 말이 실감나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