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연휴는 샌드위치 데이까지 합하면 9일간 쉴 수 있는 직장인들의 '봄방학'이다.

고향에 다녀온 뒤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재미있는 역사소설로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보자.

요즘 나온 역사소설들은 예전과 달리 작품의 '컨셉트'가 확실하므로 골라 보기도 쉽다.특히 등장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현실감있게 묘사돼 역할 모델로 삼기에도 적당하다.

◆항우와 유방의 리더십 대결 '초한지'

'삼국지'로 1700만부의 판매기록을 세운 작가 이문열씨가 이번에는 '초한지'(민음사)로 스테디셀러에 도전한다.

이 소설은 기원전 218년 진나라 장량이 시황제의 암살을 기도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항우가 자살하는 기원전 197년까지 진말한초(秦末漢初) 20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0년부터 2006년 3월까지 '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을 다듬은 것.

이번에 나온 1,2권에는 장량의 시황제 암살 미수 후 유방과 항우의 어린 시절,시황제가 죽은 뒤 두 사람이 세상의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는 내용이 담겨있다.카리스마 있는 항우와 부드러우면서도 냉정한 유방의 모습이 대조적이다.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소설적 재미가 뛰어나고 리더십·자기계발 요소도 돋보인다.

◆광활한 역사 속의 내밀한 인간 심리 '와신상담'

2500여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소설 '와신상담'(리선샹 지음,양성희 옮김,휘닉스,전6권)은 전쟁에서 패한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 노예로 끌려가 온갖 고초와 치욕을 견디며 중국대륙을 다시 평정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소설은 월나라와 오나라의 거시적인 대결 구도뿐 아니라 구천,부차,범려,서시 등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잘 살려냈다.각자의 내면 심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구천의 인생을 '패자부활전'의 관점에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조조에 대한 새로운 접근 '영웅 조조'

중국 후한 말에도 실용주의 경제 정책가가 있었다.소설 '영웅 조조'(한종량 지음,김태성 옮김,신원문화사,전5권)는 치졸한 간웅의 모습이 더 강조된 조조의 다른 면모를 그린 작품이다.군량미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둔전법',안정된 군사력 확보 등 조조의 탁월한 경영 능력이 돋보인다.순욱,순유,정욱,곽가 등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지략가의 면모도 함께 볼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