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 >

올해 다보스 날씨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예년의 다보스와는 다르다.6년째 방문하지만 항상 길 위에 10cm 이상 수북하게 쌓여있던 눈이 올해는 많지 않다.

이번 다보스포럼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특별히 논의된 주제는 기후변화와 물 자원 이용에 관한 것이었다.기후변화나 환경파괴 등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경제나 금융의 위협과 달리 먼 훗날의 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그러나 다보스에서 필자가 접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보다도 더 큰 것이었다.

기후변화는 곧 작물 수확의 변화를 가져와 인류를 위협할 수 있으며 빙하의 해빙은 우리가 사는 땅의 모습을 바꿔 주거와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이는 의식주 전반의 변화여서 인류 생존의 위협임을 알아야 한다.

환경이나 기후 변화에 대해 더 이상 쓰나미나 허리케인과 같이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이 파괴된 다음에야 대응하는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면,이는 우리를 소리 없이 죽음으로 몰아낼 것이라는 게 이곳 다보스에서의 경고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 나라의 입장은 첨예하다.따라서 자국을 넘어 인류가 생존하는 방법에 선진국,후진국 할 것 없이 공감하는 일이 가장 먼저 앞서야 한다.이번 다보스포럼에서도 정책을 만드는 리더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이것이 잠재적 위협이 아니라 실질적 위협임을 느껴야 한다는 토론이 이어졌다.

물론 지난해 12월3일부터 15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그간 교토의정서에 반대해온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발리 로드맵을 채택,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약속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발리 로드맵에서 전세계 탄소배출량 규모 6위인 우리나라는 다행히 의무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악영향은 유보할 수 있게 됐다.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기술개발이 늦어져 세계 탄소시장의 선점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세계 탄소시장은 2006년 300억달러 규모에서 2010년 15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나라와 중국 등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여 인정받은 양을 선진국에 판매하는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UN에서 인정한 탄소배출 감축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인도,중국에 이어 3위인 것을 고려한다면 세계시장 개척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대구에너지환경㈜과 대구시가 공동 추진한 대구 방천리 위생매립장 자원화 시설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던 기후변화 문제가 경제성장의 신동력으로 변모하고 있는 좋은 예다.매립가스를 판매하는 것과 부가적으로 매립가스 배출을 제거한 대가로 UN에서 연간 40억~50억원어치의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의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이슈로 국내는 물론 이곳 다보스에서도 아우성이었다.경제는 언젠가 다시 활황의 시대가 도래한다.그러나 지구 환경은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우리 정부와 기업은 깨끗한 환경에서 인간이 자연과 상생하는 법을 찾는 데 힘써 새로운 경제성장의 시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