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고 발랄한 문장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한 추수밭 출판사의 '엽기'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문 교양서의 품위와 엄숙함 대신 경쾌·발랄·썰렁·황당·허탈·해학 등으로 재미와 현장성을 살린 덕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엽기' 시리즈는 2006년 6월 출간된 '엽기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엽기 조선풍속사''엽기 세계사'(이상 이성주 지음) '엽기 고대왕조실록'''엽기 고대풍속사'(이상 황근기 지음) '유쾌만만 엽기 그리스로마신화 1,2'(이채윤 지음) 등 모두 7권.

이 가운데 '엽기 조선왕조실록'은 10만부가 팔렸고,'엽기 조선풍속사'의 판매량도 2만부에 달한다.

'엽기 조선왕조실록'은 왕과 왕실,조정 대신과 양반가,백성의 삶,조선의 문물과 제도 등을 시트콤처럼 유쾌한 42개 장면으로 재연했다.

사투리와 반말,거친 말이 난무한다.가령 신윤복의 춘화도를 내미는 내시에게 처음엔 망측하다며 손사래를 치던 임금이 "치워라.적어도 단원의 '사계춘화첩' 정도는 되어야지"라며 너스레를 떤다.

조선왕실의 은밀한 침실 풍경과 세자의 배필을 뽑는 현장,왕을 대상으로 한 조선식 '100분 토론',왕의 비자금,시장판이 돼버린 과거시험장,한때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담배를 즐겼던 골초국가의 모습 등이 '날 것' 그대로 재연된다.

정사에 가려져 있던 조선과 조선인이 살아가는 진풍경을 실감나게 들려주는 '엽기 조선풍속사'는 목차만 봐도 웃음이 날 정도다.'태양과 맞짱 뜨던 조선의 왕''조선의 생화학무기 똥의 위력-왜군이 똥물을 뒤집어쓴 사연''조선시대 '비데' 개발 프로젝트-화장실 뒤처리 기술의 진화'….

'엽기 고대왕조실록'(황근기 지음)에선 삼족오의 탄생 비화,유리왕이 '황조가'를 부르며 흘린 눈물의 진짜 의미 등 고대사의 풍경을 현대적 상상력으로 복원했고,'엽기 그리스 로마 신화'는 권위를 벗는 대신 유머를 입은 인간적 신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