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논증 까다로워 당락 가를듯

논술은 평이… 직장인들 "해볼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자격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모의고사가 지난 2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공고에서 실시됐다.내년 초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처음 실시한 이날 모의고사에는 전국에서 컴퓨터로 추첨된 1000명 중 673명이 전 과목을 응시했다.시험 유형을 체험하기 위해 모의고사를 직접 치른 문혜정 사회부 법조기자가 고사장 분위기와 전문가 분석 등을 취재했다.

◆40대도 모의평가 참여

오전 8시30분 한양공고 인근 동대문운동장역.주말임에도 불구하고 20대 대학생과 30~40대로 보이는 직장인들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왔다.한눈에 로스쿨 지망생임을 알 수 있었다.시계를 쳐다보며 그들은 기자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서둘러 도착한 한양공고 정문 앞은 로스쿨 학원 관계자들이 점령한 상태였다.200여명의 로스쿨 대비 학원 관계자들은 전단지와 경품을 나눠주며 '학원 홍보'에 열을 올렸다.비록 모의고사였지만 고사장은 시험 유형을 파악하려는 수험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직장과 시험공부 할 만하다"

오전 9시에 치러진 1교시 '언어이해'는 다양한 지문을 읽고 글의 중심 주제를 파악하거나 사실적 정보에 기초해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유형의 객관식 문제들이 출제됐다.어법을 묻는 문제가 4개,장문독해는 12개 지문이 제시됐고 문항당 3~4개 질문이 나왔다.'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과 비슷하며 쉬운 편'이라는 수험생 반응이 많았다.

지문은 철학 문학 고전 과학기술 사회 경제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췌됐다.

3교시 '논술'에서는 정치체제,통치이념을 묻는 문항과 올해부터 도입된 국민배심제에 대한 찬반 서술,과학방법론을 묻는 문항 등 총 3개가 출제됐다.많은 응시자들과 전문가들은 "대입 논술과 비슷하고 평이하다"고 말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예고한 대로 직접적으로 법률 지식을 묻는 문항이 없었던 탓에 대학을 졸업한 지 꽤 오래된 직장인들도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기자와 함께 시험을 치른 간호사 박모씨(25)는 "법공부는 전혀 안했지만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국문학 전공의 직장인 조모씨(36)도 "(논술) 쓰는 연습만 더 하면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락은 '추리논증'

LEET 시험의 성패는 2교시 추리논증 과목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모의평가에 참가한 수험생들은 "추리논증은 1,3교시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로스쿨 시험과 비슷하거나 공무원적성시험(PSAT)의 상황 판단 문제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외무고시 준비 경험이 있는 직장인 권용준씨(28)는 "외시나 행시,입법고시 등 기타 고시 준비생에게 유리할 것 같다"며 "예전에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던 '신림동 풀(pool)'이 이번 모의고사에 대거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추리논증에는 수리추리,자료해석,논리퍼즐 등의 추리파트와 제시문을 주고 보기의 진술들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묻는 논증파트가 함께 출제됐다.물리 생물 천문 등 자연과학적 지문이 포함돼 있고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문항도 섞여 있어 이공계 출신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정규 다산로스쿨 추리논증 담당 교수는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이공계적 접근법과 논리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인문사회적 접근법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추리논증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31일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의 명단과 정원을 공개할 예정이다.전국적으로 25개 정도의 대학이 로스쿨 인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예비고사의 문항과 정답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