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대규모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강남지역 아파트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해 4615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올해도 재건축을 통해 2만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판교신도시(2만4945가구)에 맞먹는 대규모 단지가 새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2012년 송파신도시(1만8000여가구)가 들어서면 주택 수에서 강남권 최대 아파트촌인 강남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또 고소득 입주자가 대거 유입될 것이란 기대에 인근 상권도 술렁이고 있다.

새 단지가 몰려 있는 잠실동과 신천동 일대에는 이미 대형 상업시설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있으며,잠실동에서 강남구로 이어지는 삼전로 일대는 대치동에 이은 제2의 '학원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송파구는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각종 개발 호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의 새로운 축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올 서울지역 입주물량의 절반이 집중

27일 송파구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송파구에는 지난 10일 입주를 시작한 장지 9단지(796가구)를 포함,모두 8개 단지 2만2605가구가 집들이를 한다.올해 서울 전체 입주 예정 물량(4만8890가구)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새로 입주하는 재건축 단지는 잠실동.신천동 일대에 집중돼 있다.잠실동에는 7월 주공2단지(5563가구),9월 주공1단지(567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신천동에선 8월에 잠실시영 아파트(6864가구)가 문을 연다.2006년 12월부터 시작돼 지난해까지 모두 입주를 마친 잠실동의 주공4단지 레이크팰리스(2678가구)와 주공3단지 트리지움(3696가구) 등을 포함하면 불과 2년 만에 이 일대에 신도시만한 단지가 새로 형성된 셈이다.

이들 단지의 입주가 완료되면 지난해 말 7만8962가구였던 송파구 아파트 수는 10만1567가구로 28.6% 증가하게 된다.올해 말 10만2171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와 거의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올해 말 8만가구로 추정되는 서초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더욱이 2012년에 가면 1만8000여가구 규모의 송파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반면 강남구는 이렇다할 입주 물량과 개발계획이 없어 송파구가 강남의 대표적인 아파트촌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인구에서는 이미 송파구가 강남 3구 가운데 가장 많다.송파구는 2007년 11월 말 현재 62만여명으로 강남구(56만여명)와 서초구(41만여명,9월 말 현재)를 웃돌고 있다.올해는 송파구에 9만여명이 유입돼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역.신천역 상권 '술렁'



이 같은 신규 입주 러시를 타고 이 일대에는 이미 고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한 상업.교육.문화시설 설립 경쟁이 한창이다.

우선 잠실역 주변에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지난해 9월 새로 개점했다.홈플러스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와인바,갤러리 등을 갖추고 있다.

이에 맞서 롯데 측은 같은 잠실역 인근 롯데캐슬 건물에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의 대형슈퍼마켓인 '롯데 My 슈퍼'를 개설하는 등 대형 상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잠실 상권은 특히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555m짜리 초고층 제2롯데월드 건설이 성사되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송파구청이 송파대로 일대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전환하려는 계획도 큰 변수로 꼽힌다.

신천역 상권도 확대일로다.역 주위에는 지난해 트리지움 단지 상가에 이어 주공1,2단지 상가가 각각 점포 200여개 규모로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이곳에는 은행과 병원,스포츠센터 등 편의시설이 대거 입점할 전망이다.신천역 먹자골목은 고급 상권으로 탈바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대원 상가뉴스레이더 선임연구원은 "소규모 유흥업소들이 많은 신천역에 대형 프랜차이즈점을 내려는 문의가 많다"며 "신천역 일대는 현재 10,20대 젊은층 위주에서 5년쯤 후에는 직장인과 가족 단위의 고객이 주를 이루는 상권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남구 학원들 대거 이동

5000가구가 넘는 매머드 단지인 주공 1,2단지와 잠실 시영 등 3개 단지 안에는 모두 9개의 초.중.고교가 들어선다.주공1단지에는 잠일초,신천중과 고교 1곳(학교 이름은 미정),주공2단지에는 잠신초.중고,잠실시영에는 잠실초.고와 초등학교 1곳(학교명 미정)이 설립된다.

이에 따라 신규 교육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학원들도 대거 이 일대로 몰리는 추세다.특히 삼전로 일대는 강남구 대치동에 이은 제2의 '학원메카'로 뜨고 있다.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대치동 등 강남 일대 학원들이 이미 2006년 말~2007년 초부터 대거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이에 따라 삼전로 일대는 건물마다 학원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실제 대성학원은 2006년 6월 내신전문 '대성N학원'과 같은 해 12월 단과전문 '마이맥 송파 대성학원'을 열었으며 지난해에는 재수종합반을 추가로 신설했다.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장학학원도 지난해 10월 이곳에 자리를 텄다.인근 부동산리더 관계자는 "새로 학원을 차리려는 수요는 꾸준하게 이어지지만 빈 사무실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교육청과 강남교육청에 따르면 송파구 내 학원 수는 지난해 1월 770개에서 현재 1222개로 1년 사이에 거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강남구 학원은 같은 기간에 1749개에서 1657개로 줄었다.

◆석촌호수 주변 '新문화명소'로

문화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파구청은 이에 대비해 석촌호수 동쪽 일부분을 매립해 2011년까지 15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인 '송파문화예술센터'(가칭)를 세울 계획이다.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 이은 강남권 3번째의 대형 종합 공연장이다.

구청 측은 석촌호숫가가 야외 공연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데다 인근 롯데월드쪽에 뮤지컬 전용관인 '샤롯데 씨어터'도 있어 예술센터가 들어서면 이 일대가 '서울의 브로드웨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잠실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우리금융그룹이 2009년까지 12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시설도 속속 들어올 예정이다.서울시는 동남권 문정동에 2011년까지 54만㎡ 규모로 첨단 업무단지와 법조타운이 어우러진 'U-비즈니스시티'를 건립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곳 첨단 업무단지에 현재 강남구에 자리잡고 있는 정보기술(IT)업체와 바이오기술(BT)업체,나노기술(NT) 업체를 다수 유치할 계획이다.U-비즈니스시티 옆에는 50만㎡ 규모의 '동남권 물류유통단지'가 2010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서울시는 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경기장을 헐고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 일대에 컨벤션센터가 세워지면 삼성동 코엑스와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 집중됐던 컨벤션 수요가 송파구로 분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재건축.리모델링 속속 추진

신규 입주가 잇따르면서 인근 단지의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주공1,2단지 인근인 주공5단지(3930가구)와 장미1차(2100가구)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며,장미1차 옆인 미성아파트(1230가구)는 리모델링이 논의되고 있다.

송파구의 또다른 아파트 밀집지역인 가락동과 오륜동 일대에서도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락시영(8106가구)은 지난해 9월 재건축심의를 통과했으며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는 현재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설문조사가 한창이다.강남권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혔던 거여.마천동 일대에는 2016년 뉴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들 아파트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가시화되면 관련 인프라시설이 대거 확충되고 이는 다시 송파구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우원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는 "송파구는 부도심으로 설정돼 있지만 사실 그동안 제대로 부도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왔다"며 "대규모 신규 입주는 인프라 등 관련 개발을 가속화해 앞으로 부도심 역할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