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의 총리 지명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부처 운영 방향의 틀을 읽을 수 있다.'일 중심'의 실용주의다.

한 특사는 당초 몇몇 약점 때문에 이 당선인 주위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1980년 전두환 정권 때 국보위 위원으로 활동했고,70대의 고령에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그러나 이 당선인은 이에 개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무엇보다 자신이 제시한 '자원외교형 총리'에 한 특사만큼 적임자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특사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상공부 장관,외교통상부 장관,유엔총회 의장 등을 역임해 이 당선인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인사라는 것이다.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발탁할 때도 국보위 전력 논란이 있었지만,이 당선인은 일축했다.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과거에 흠 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논리가 깔려 있다.이런 인식은 그의 과거 경력과 무관치 않다.현대건설 입사가 시위.구속 전력으로 무산될 위기를 겪은 후 '과거'보다 일 잘하는 인물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내각,청와대 수석 등의 인선에도 '실용'이 중요한 원칙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장관의 경우 이 당선인은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해야 할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특사는 이전 총리와는 다른 차별화된 임무를 부여받을 전망이다.이 당선인이 지난 14일 "총리가 임명되면 세계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할 역할이 많다.독자적인 업무를 갖고 국내외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임무의 내용을 명확히 예고한 바 있다.이 때문에 차기 총리는 국정 운영 전반을 관할하는 역할보다는 실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한 특사는 풍부한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중동,아프리카 등을 상대로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하고 각종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한 특사도 최근 "지금 국제적으로 경제 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다.그런 가운데 경제 성장을 하는 게 중요하고 그걸 잘해내야 한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서울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20년 가까이 경제학을 가르친 한 특사는 30대 후반에 세계은행 재정자문관 등을 지내며 일찍부터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을 맡아 정력적인 활동을 보였으며 상공부 장관 시절 관악산을 넘어 과천 정부청사로 출근했을 정도로 등산 애호가다.한 특사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종사촌 형부이기도 하다.평소에는 온화하나 업무에는 치밀한 외유내강형이다.

△강원도 춘천(72) △춘천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영국 요크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제13,15,16대 국회의원 △상공부 장관 △주미대사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 △2014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