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케이블TV 채널인 HBO가 인터넷 영화 다운로드 사업에 뛰어드는 등 미국 유료 방송 시장에 콘텐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HBO는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 방식으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판매한다고 보도했다.'HBO 온 브로드밴드'란 이름이 붙여진 이 서비스는 케이블 기반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사용자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개인 PC에서 감상할 수 있다.

HBO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내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디지털TV 전환을 계기로 고품질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해 고화질(HD) 채널을 늘리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미국에서는 2009년 초부터 아날로그 방송을 완전히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방송 사업자들의 HD 콘텐츠 확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는 TV 채널과 VOD를 포함한 HD 콘텐츠 규모를 올해 말까지 현재의 4배 수준인 1000편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위성방송 사업자인 디시네트워크도 현재 76개인 HD 채널 수를 조만간 100개로 늘릴 예정이다.디시네트워크는 이를 위해 올해 위성을 3개 쏘아 올리기로 했디.

현재 90여개 HD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위성방송 사업자 디렉TV도 올해 말까지 HD 채널 수를 150개로 늘릴 계획이다.디렉TV는 미국 공영TV방송국협회,공영방송 PBS 등과 10년간의 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지역 공영방송국의 HD 프로그램을 가입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이뿐이 아니다.인터넷TV(IPTV) 서비스 '피오스 TV'를 제공하는 버라이즌도 현재 30여개 정도인 HD 채널 수를 올해 말까지 150여개로 확대하고,HD 영화 보유 수도 1000편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AT&T는 지난해 12월 CNN HD 채널과 디스커버리 HD,골프채널 HD 등 8개의 HD 채널을 새로 추가해 현재 40여개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HD 콘텐츠 확보 경쟁이 활발해지는 것은 디지털TV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고화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AP통신은 "HD 스포츠 중계나 HD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HD 콘텐츠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HD 콘텐츠가 유료 방송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가구의 39%인 2500만 가구가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있다.하지만 아직까지는 HD 콘텐츠가 부족해 제대로 된 디지털TV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전문가들은 "디지털 방송 전환 등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의 HD 콘텐츠 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의 유료 방송 시장에서 케이블,위성,IPTV 사업자들 간의 HD 콘텐츠 주도권 다툼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