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숙 < 포커스리서치 대표 jschoi@frc.co.kr >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10년 전만 해도 히트 상품의 수명이 2년 이상이란 경영자가 79%였으나 요즘은 47%에 불과하다.그만큼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모 제과회사의 신제품인 고급 비스킷에 대한 수요 예측 및 시장가능성 조사를 한 적이 있다.100여쪽에 달하는 사업계획서에는 향후 5년간 매출과 수익,생산 계획 및 소요 자금,인력수급 계획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조사 결과 제품 시식 후 구매 의사는 10% 이하였고,가격 제시 후 구매 의사는 거의 없었다.사전에 조사했더라면 사업계획서를 만드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이 회사가 시장조사마저 하지 않았더라면 공장을 짓고 생산 설비를 들여오는 데 수십억원을 낭비했을 것이다.

모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광고를 내보내기 전에 반드시 광고 시안 테스트를 몇 번씩 실시한 후 최종안을 선정한다.그 결과 이 보험사는 2000년 이후 연속 4년간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광고비의 일부만 조사비로 사용한다면 그 효과를 몇 배 더 높일 수 있는 데도 광고효과 조사를 체계적으로 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외국과의 합작유통회사인 모 할인점의 경우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임원의 말은 20% 정도 신뢰하고,현장에 있는 점장의 말은 30% 정도 신뢰하며,시장조사 결과는 120% 신뢰해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이 할인점의 경우 연간 9가지 종류의 조사를 100회 이상 실시하고 있고 매출 순위는 4년 만에 12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반드시 시장을 조사,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든다.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시장조사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다행히 시장조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우리 기업들이 늘고 있다.성공적인 대기업의 대부분은 객관적인 시장조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한다.그러나 아쉬운 것은 시장조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시장조사를 하지만,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시장조사를 못하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의사 결정을 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는 조사비의 10배,100배 이상의 투자 효과가 있다.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자원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또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시장조사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