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보조금 경쟁이 불붙으면서 30만원 중후반대 휴대폰이 공짜로 팔리고 있다.3월 이후 보조금 규제가 풀리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설,졸업,입학 특수까지 겹쳐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8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지의 휴대폰 유통상가에서는 가입비 정도만 내면 휴대폰을 바로 개통할 수 있는 공짜폰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30만원대 휴대폰은 대개 공짜로 팔리고 70만원대 고가 휴대폰도 30만원대 후반이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SK텔레콤의 'W290''W330',KTF의 'W2900''W3300',LG텔레콤의 'LT1000' 등 30만원대 휴대폰 상당수가 가입비만 내면 개통할 수 있다.최신 모델도 가격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LG전자의 최신 '뷰티폰'은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할 경우 39만9000원 선에 구매할 수도 있다.출고가격이 70만원대 후반인 것을 감안하면 35만원 이상 할인받는 셈이다.LG텔레콤용 LG전자 '랩소디인뮤직폰'과 KTF용 3세대폰인 'EV-W300'도 30만~40만원 정도 싸게 파는 곳이 있다.

이동통신 3사 모두 30만원 이상,최고 4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만큼 경쟁이 뜨겁다.KTF는 최근 할부 구매 시 가입을 유지하는 동안 30만원 상당의 할부대금을 지원해주는 '쇼킹스폰서'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다.가입기간을 미리 정하는 대신 보조금을 더 주는 일종의 변형의무약정제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이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휴대폰 보조금은 흔히 이통사가 약관에 정해놓은 금액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합법 보조금과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한 장려금이 휴대폰 가격 할인용도로 전환되는 리베이트 두 종류로 나뉜다.통상 유통 시장에서는 합법.불법 보조금을 합쳐 20만원 초중반대에서 형성되지만 이달 중순 이후 보조금 규모가 30만원대 후반까지 껑충 뛰었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규제가 사라지는 3월 이후 시장을 매우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3월26일부터는 이통사가 원하는 만큼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3세대 휴대폰의 잠금장치(USIM)도 해제돼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쓰는 일도 가능해진다.보조금에 영향을 주는 제도가 수년 만에 바뀌는 까닭에 보조금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3월 이전에 가입자를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이통사들이 경쟁하면서 보조금 규모가 커졌다.게다가 설과 졸업.입학 시즌을 앞두고 있어 보조금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다만 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게 변수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1월 중순 이후 보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요금인하 조치,보조금 제도 변경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향후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