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으로 '큰일' 대비 인기
약관 확인않고 가입하면 낭패

#1. 지난 18일 밤 12시10분. 서울에 사는 김인근씨(58)는 부친상을 당했다. 미리 장례준비를 해온 김씨는 K상조회에 전화를 했다. 상조회 도우미들은 한 시간도 안된 오전 1시쯤 집에 도착,시신을 서울대병원 영안실로 안치해줬다. 상조회는 장례복 마련,염,입관,화장터 예약 등 모든 장례수속을 대신해줘 김씨는 만족해했다.

#2. 경기도 성남에 사는 최운경씨(50)는 재작년 2월 240만원짜리 C상조회 상품에 가입했다. 매월 2만원씩 불입하다 상을 당할 경우 차액 만큼만 내면 240만원짜리 장례 서비스를 일체 다 해주는 상품이었다. 최씨는 이달 초 상품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상조회는 불입금을 환급해주기는커녕 도리어 위약금을 요구하며 계약해지를 거절했다.

급성장중인 기업형 상조회는 1982년 일본에서 들어왔다. 일본과 가까운 부산이 상조회 원조도시다. 이들은 동네 장의사를 빠르게 대체해 갔다. 1982년부터 1989년까지 6개에 불과했으나 1990~1994년 16개,1995~1999년 20개,2000~2003년 31개,2004년 이후 무려 130여개가 각각 새로 생겼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조회도 있어 대략 250개 안팎의 회사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조회의 장점은 이용가격이 전통장례보다 20~30% 싸고 원스톱 서비스로 장례를 대행해준다는 점이다. 가격이 싼 것은 상조회가 장례에 필요한 물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회원이 20만명인 상조회의 경우 한 달에 약 200건의 장례를 치르게 된다. 상조회 입장에서는 한 달 수요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계획성있게 물품을 싸게 구입,원가를 절감한다. 상복,장례물품,조화,과일,음식 등 상조회가 상주를 대신해 모두 구입하는 셈이다.

상조회가 급증하면서 각종 분쟁도 늘고 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회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2007년 833건으로 늘었다. 509건에 불과한 2006년에 비해 63.7% 늘었다. 2002년 60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피해 유형을 보면 납입금 환급거절 또는 지연이 23.9%로 가장 많았다. 일정금액의 상품에 가입한 후 중도에 해지하려 해도 납입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시간을 끄는 사례를 말한다. 또 계약을 해지해주더라도 터무니없는 위약금을 청구하거나(16.8%) 중도계약해지 거절(13.6%)도 많다. 아예 납입금을 냈는데도 회사 측이 상조서비스를 해주지 않거나(7.1%) 연락 자체가 안되는 피해(2.2%)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상조상품이 선불식 할부거래이기 때문이다. 선불식 할부거래란 240만원짜리 상품의 경우 월 2만원씩 10년간 미리 나눠서 납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갑자기 상을 당할 경우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평소 작은 돈으로 미리 큰 일을 대비하는 보험적 성격이 강하다.업체별 순위가 없는 만큼 상조회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해당 상조회의 규모와 표준약관 사용여부 등을 잘 살펴야 피해를 막을수 있다.

이재철 기자 s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