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만 나오면 자천타천 인수 후보

"사업확장 보다는 투자 개념"분석도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등 대형 매물이 쏟아지는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이 '경계 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다.현대중공업은 이들 매물에 대해 직접적인 인수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M&A전이 시작되면 참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현대중공업은 실제로 최근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M&A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놓은 상태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올 M&A 시장의 잠재적 강자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현대중공업이 M&A에 동원 가능한 자금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차대조표 항목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 기입돼 있는 금액은 1조5651억원.여기에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투자액도 1조9841억원에 달한다.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에 각각 1761억원과 1조551억원의 돈을 묻어두고 있다.여기에 지난해 4분기에 벌어들인 돈을 더하고 또다른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유동성까지 합치면 5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회사가 탄탄하다 보니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은 M&A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남들과 다르다"고 말한다.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최근 여러 건의 대형 M&A를 성사시킨 기업들의 경우 사업영역 확장 또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목적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입장이 다소 다르다는 시각이다.기업의 생존이나 성장을 위한 '절박함'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을 의식한 '투자' 개념에서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이는 역으로 투자수익률에 비해 리스크가 크면 무리해서 M&A에 나서지 않을 확률도 높다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0년 넘게 한 업종에만 매달려 온 기업"이라며 "M&A에 임하는 임원진들의 자세도 '매물이 나오면 검토해 보자'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중공업의 향후 M&A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현대중공업이 현재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모두 7개.이 중 현대기업금융 등 3곳은 금융업종이고 현대미포조선 등 나머지 4곳은 모두 조선업종이다.그나마 금융회사들은 소규모다.'그룹'이라고 부르기엔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