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담은 법률안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력히 내비쳐 조각 등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 대통령이 국회가 마련한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로 다시 넘어온 법률안은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그렇더라도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시점이 문제다.대통령 취임식인 2월25일부터 역산해 20일 이전인 다음 달 5일까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취임식 당일이라도 각료 명단을 발표할 수 있지만 더 늦어지면 장관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을 맞는다.

게다가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통일부 폐지 등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설 연휴 이후로 늦춘다는 입장이다.이 당선인의 성격을 감안할 때 조직개편 원안(原案)의 후퇴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현실적으로 설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 달 6일 이전에 관련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 측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현행 헌법상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토록 돼 있다.따라서 부분개각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헌법 53조에 의거,정부조직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되 서명만 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에는 15일의 경과규정을 거쳐 법률로서 자동 확정된다.확정된 법률은 대통령이 5일 이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대신 공포하도록 돼 있다.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음 달 5일까지는 여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만약 다음 달 10일 이후 정부로 이송되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없이 서명만 보류한다면 이 당선인이 취임 이후 즉시 공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파행이 불가피하다.법안이 공포돼도 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인사 청문기간이 20일 내인 데다 10여일 내 최대한 청문회를 빨리 마쳐도 이 기간은 장관 없는 상황인 것이다.최악의 경우는 정부조직법이 아예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로 통과되지 않을 때다.자칫 4월 총선 이후 18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까지 장관 임명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홍열/이심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