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해주는 백신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PC 그린,알약 등 고성능 백신 엔진을 탑재한 무료 보안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르면 4월쯤에는 네이버를 통해 안철수연구소의 V3 엔진이 탑재된 무료 백신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무료 백신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고품질 보안 서비스가 일반인에게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개인용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료백신이 보안산업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백신의 핵심은 24시간,365일 실시간 감시체제다.이는 전문 보안업체가 아니면 제공할 수 없는 부분으로 단순히 엔진만 들여와서 무료라고 서비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NHN이 작년 11월 실시간 감시 기능이 포함된 온라인 무료 백신 서비스'PC 그린'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안연구소가 강력 반발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보안산업을 왜곡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우려가 있다는 것.

안연구소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무료 백신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안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에서 최근 불고 있는 무료 백신의 확산 경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현상"이라면서 "글로벌 보안업체가 '한국에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NHN이 안연구소에 백신 엔진 제공의 대가로 일정 수준의 라이선스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하면서 안연구소와 NHN 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하지만 문제는 가뜩이나 '공짜 의식' 때문에 영세한 보안시장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신의 성능 업데이트도 문제다.바이러스 웜 트로이목마는 하루에도 수만 개가 생길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악성코드 제조과정은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코딩 과정과 비슷하다.이를 잡아내는 것은 그 이상의 고급 소프트웨어 기술이 요구된다.이들에 대해 일일이 대응을 하는 것은 사실 전문 백신 제조 업체들도 버겁다.업계 관계자들은 "하물며 수익모델이 없는 무료 백신제조업체가 얼마나 이를 잘 해낼 수 있을까"라고 한탄한다.

실제로 유료 백신 간에도 A사의 B백신은 무엇을 잘 잡아내는데 C사의 D백신은 그렇지 못하더라, 혹은 반대의 경우 등으로 성능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바꿔 말하면 충분한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시그니처 분석,성능 업데이트를 통해 제품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보안제품 특성상 무료 모델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보안제품이 피싱을 방지하는 안티피싱이나 PC 리소스를 정리해 찌꺼기를 제거해주는 PC최적화 기능,스팸을 방지하는 안티스팸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무료백신은 아무래도 이런 점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안연구소 관계자는 "무료백신이 범람하면서 보안 인프라가 취약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