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설날 선물세트로 팔고 있는 '한우갈비 1호(3.6㎏)'의 값은 16만9000원이다.

이에 비해 서울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A업체는 한우 갈비세트(3.7㎏)를 10만8000원에 팔고 있다.

이마트처럼 산지 직송으로 들여와 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가공한 상품임에도 64% 싸게 판다.

게다가 A업체는 1등급이라는 등급 판정서까지 첨부해 주지만 이마트 선물세트는 등급표시가 안 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 중인 한우 선물세트의 '가격 거품'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지 직거래가 확대되곤 있지만 사라진 중간 유통 단계의 마진을 유통업체가 '독식'한다는 게 축산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일부 유통업체가 한우 산지값이 하락했음에도 올 선물세트의 소비자 판매가를 오히려 올린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마장동 같은 도매시장에서 떼다가 마진을 40∼60%까지 붙이는 일도 다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산지 우시장에서 바이어가 직접 구매하고 이마트 직영센터에서 가공한 것이라 품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똑같이 산지 직거래로 들여온 것이고 1등급 판정까지 받은 제품인데 어떤 품질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물 포장에 드는 인건비,재료비에다 유통업체 마진이 가격차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으로 눈을 돌리면 가격차는 더 확연하다.

현대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한우 정성갈비 난(蘭)호(3.2kg)'는 21만원으로 마장동보다 0.5㎏을 덜 주고도 값은 두 배에 달한다.

고기복 마장동축산물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상무는 "백화점은 최상급 한우일수록 더 비싸게 받는 경향이 있다"며 "도매시장에서 '1++'등급과 1등급 간 가격 차가 30∼40% 수준이라면 백화점에선 최고 2배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지리산 순한한우 관계자는 "롯데마트만해도 산지에서 공급받은 값에 25%가량을 붙여 판매하지만 다른 유통업체들의 마진율은 최대 40%까지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업체에 납품할 때 받는 값은 서울 공판장 경락가에 따라 결정된다"며 "직거래를 하면 안정적인 공급 루트를 마련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예전 도매업체와 거래할 때보다 값을 더 쳐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우 선물세트의 '가격 거품'은 산지 시세와의 괴리에서도 나타난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암소(600㎏) 한 마리값은 25일 현재 498만원으로 1년 전(548만원) 대비 9% 하락했다.

이에 비해 이마트는 지난해 14만5000원이던 '한우혼합 1호(3.3㎏)'를 내용물이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15만3000원으로 올려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우 정성갈비 매(梅)호(4.8kg)'는 31만5000원으로 갈비를 0.6㎏ 더 넣은 대신 값을 전년 대비 1만5000원 올렸다.

다른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사태,양지,꼬리사태 등 선물용으로는 별로 인기없는 한우 부속물 세트가 소폭 내렸을 뿐 갈비 등심 안심 등 인기 상품은 은근슬쩍 값이 올라 있다.

박동휘/최진석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