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백신을 주사기 없이 혀 밑에 떨어뜨려 접종할 수 있는 '설하(舌下) 접종법'을 개발했다.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의 권미나 박사(46) 연구팀은 혀 밑으로 투여된 백신이 병원체의 주 침투 경로인 호흡기,소화기,생식기 등 다양한 점막 조직에서 광범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권 박사팀은 이 같은 사실을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밝혀 냈다.

생쥐의 혀 밑에 유행성 독감 백신을 시험 접종한 결과 독감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 저널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의 주요 논문으로 선정돼 1월28일자 온라인 판에 사전 게재됐다.

국제백신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백신 개발에 전념하는 연구 기관이다.

권 박사팀에 따르면 통상 혀 밑은 혈관이 잘 발달돼 있어 외부 물질을 흡수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때문에 시중에 출시된 일부 의약품들은 이미 혀 밑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설하 접종법을 백신에 적용해 그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권 박사팀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존 클레멘스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설하 접종법은 완전히 새로운 백신 접종법으로 주사기를 이용한 접종에서 유발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설하 접종법이 실제 백신 접종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권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