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입한 성과 중심의 조직 개편은 '양날의 칼'과 같다.

실질적으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기 위한 조직개편이지만,한편으로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칼날'로도 변할 수 있다."(SK 고위 임원)

주력 계열사에 CIC(Company in Company:사내 독립기업)제도를 도입한 SK그룹이 이 임원의 말대로 연초부터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에너지와 이동통신을 양대축으로 한 '성장 피로감'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데다 일부 관계사의 부실 및 인사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이어트의 첫 대상에는 만성적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TU미디어(SK텔레콤 계열사)가 올랐다.

이 회사는 직원 200명 중 30~50%를 감축키로 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재 20여명의 직원이 퇴사한 데 이어 나머지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은 SK네트웍스,SK C&C,SK건설,SK마케팅회사(신설예정) 등 계열사에 전환배치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TU미디어뿐만 아니라 60여개에 달하는 계열.관계사들도 부실 정도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시적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

SK 고위 관계자는 "부실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은 자립기반 구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주력 3개 계열사들은 이미 군살빼기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이들 3개사에 도입된 CIC제도는 임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개사 CIC 간에는 벌써부터 업무와 사람을 지키기 위한 '칸막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CIC제도 도입 이후 '앞으로 성과를 못내는 부서는 부서 전체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될 수도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는 "CIC제도는 공식적으로 회사와 사업부가 미래 성장을 목표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성과 여부뿐만 아니라 인사적체도 구조조정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급성장세를 보여온 SK에너지와 SK텔레콤은 회사 인력구조가 '역삼각' 형태로 변하면서 인사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은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원 2947명중 800여명(임원 104명 포함)이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이다.

다음 달 SK인천정유와 흡수합병할 경우 사무직 인사적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의 한 임원은 "사원보다 간부가 많은 팀이 수두룩하다"며 "인력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이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올 상반기 중 일부 계열사 부장급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접수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06년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직급을 없애는 이른바 '매니저'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승진적체 현상을 일부 해소시킬 뿐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빼기에는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SK는 조직 군살빼기와 함께 올해 마케팅전문회사를 신설,인력운용에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그러나 SK에너지 SK텔레콤 등에선 지원자가 없어 신설 마케팅회사는 인력차출로 벌써부터 고민에 빠져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