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美서브프라임 실제 투자규모는‥ 점검나선 당국 … 입 닫은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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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국내 금융사에 대한 피해 우려도 커짐에 따라 금융 당국이 금융사별 투자 현황 파악에 나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부터 은행들을 대상으로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 규모 파악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관련 CDO(부채담보부채권) 보유액 등과 함께 추가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1월24일자 A4면 참조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8월에 이어 12월 말 기준으로 기존 CDO의 평가손 여부를 추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사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얼마나 더 평가손이 나고 추가 상각을 해야 되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이외의 다른 대출채권(카드론 오토론 등)을 기반으로 발행된 CDO의 보유 현황도 파악 중이다.
◆왜 파악에 나섰나
금감원이 긴급히 파악에 나선 것은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보유 중인 서브프라임 관련 CDO 4억9200만달러의 50% 수준인 2400억원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감액손실로 반영키로 했다.
작년 3분기에 30%인 1590억원을 손실 처리한 것을 감안하면 손실이 4000억원에 이른다.
또 농협 외환 신한은행 등도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손실 처리하기로 한 상태다.
특히 서브프라임 CDO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또 CDO의 경우 여러 종류,등급의 채권을 함께 구조화시켜 놓은 특성상 부실 규모의 파악이 어려워 상각 여부 및 손실 규모에 대한 추정도 금융기관마다 다른 상황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브프라임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낸 것도 금감원이 사태 파악에 나선 이유의 하나다.
이 당선인은 지난 25일 금융계 인사들과 만나 "경기를 진작시켜야 하는데 서브프라임 사태가 확대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가 손실 가능성은
현재 은행들이 밝힌 손실액은 모두 서브프라임과 직접 관련된 CDO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보유한 CDO는 추가로 더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당초 4200만달러 규모의 CDO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중 서브프라임과 직접 관련된 부분만 따로 추려내 보유 규모를 374만달러로 발표하고 여기에 대한 상각 규모만 밝혔다.
우리은행도 글로벌 우량 회사채를 기반으로 한 CDO 3억달러어치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금융사들은 전체 CDO에 대해 상각을 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전체 보유액 370억달러에 대해 지난 4분기 181억달러를 상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서브프라임 파장과 세계 경제 불안'이란 보고서를 내고 미국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 카드론 오토론 등 다른 소비자금융 부문으로 전이돼 이들 채권의 연체율도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8월만 해도 국내 은행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은 3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며 "감독 당국이 관련 부실 발생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