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노총의 간담회가 무산됐다.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이 불법시위와 관련하여 경찰에 출두하는 문제가 사전에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양측의 너무나 다른 해석에서 새삼 그 거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나 단체는 만날 수 없다는 당선인 측 주장에 대해 민노총은 엉뚱한 구실을 만들어 간담회를 의도적으로 무산(霧散)시켰다면서 이에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고 한 것이 그렇다.

우선 간담회가 무산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아쉬운 일이다.국가발전에서 차지하는 노동계의 비중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 둬야 할 것은 사소한 원칙부터 지켜나가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경찰 출두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한다면 이는 기초적인 법질서를 경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이런 부분들이 무시되기 시작하면 법과 원칙의 준수는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민노총이 대화의 의지가 있었다면 이런 문제를 좀더 심각히 고려했어야 옳다.따지고 보면 법과 원칙의 준수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부분들이 거의 와해되다시피했다.

툭하면 불법시위, 불법파업을 불사하는 등 마치 법위에 떼법이라도 있는양 목소리만 크면 통한다는 사고를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노동계다.민노총은 벌써부터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누구를,무엇을 위한 투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계가 이런 전투적인 투쟁을 일삼는 한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또 그런 환경에서는 국내기업이건 외국인이건 새로운 투자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일자리도 없다.결국 경제는 살아나기 어렵고, 그 피해는 노동계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지금 우리나라 노동계는 중대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변화를 선택하든가,아니면 도태하든가의 두 가지 길뿐이다.

노동계가 변화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법과 원칙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