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은 당면 위협으로 불거지고 있는 경기회복과 불안심리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테러전쟁의 필요성이나 거대정책을 화두로 내걸었던 그동안의 국정연설과는 사뭇 다르다.

대통령 선거의 해에 '선거정치'를 잠시 접고 경기부양 대책에 전념해달라는 촉구였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오후 9시(현지시간) 의회에서 행한 국정연설에서 "미국 경제를 확신하고 있지만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물가가 오르고 있고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며 "가정마다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국민들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성장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성장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15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탄탄하다"며 경기침체론을 근거 없는 것으로 일축해왔다.

이와 비교하면 이날 언급은 상당히 현실 경제를 직시한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만큼 경기부양책이 다급하다는 점을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세정책의 영구화' 필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경제의 건전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2010년 종료되는 감세법안을 영구화해야 한다"며 "만일 의회가 세금인상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2년부터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게 할 방침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분야에 연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도 이라크 주둔 미군을 조기 철수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작년 이라크 주둔 미군 증강을 통해 이라크의 안정이 확보되고 있다"면서도 "올해 미군의 역할을 바꿀 필요는 있지만 성급한 미군 철수는 어렵게 얻은 정치적·안보적 진전을 헛되게 할 것"이라며 성급한 철수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란과 대치할 것"이라면서 이란에 대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외국의 테러활동 지원을 중지하며 정치적 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테러리스트들을 영장 없이 도청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대테러전쟁도 계속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또 "미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 확대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 지원,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의 민주주의 지원,미얀마와 짐바브웨 수단 쿠바 등 독재정치에 신음하는 국민들에 대한 지원확대 등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무기나 인권상황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