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마법사’ 로버트슨의 화려한 부활
미국에서 대규모 헤지펀드인 타이거 펀드를 2000년까지 운영하다 은퇴했던 전설적 펀드매니저 줄리안 로버트슨이 75세의 나이에 화려하게 부활했다.포천지는 한때 '월가의 마법사'로도 불렸던 그가 은퇴 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베팅,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며 그의 성공담을 28일 소개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 증시가 흔들렸던 지난해 다른 펀드들이 고전한 것에 비하면 로버트슨의 기량은 화려한 연금술이라고 할 만하다.그는 자기자본으로 지난 한 해에만 76.7%라는 수익률을 올렸다.수익률 76.7%는 그가 잘나가던 1980~90년대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경이적인 실적이다.

그는 타이거 펀드를 청산한 2000년부터 자본금 10억달러로 투자를 시작했다.그 후 지난해까지 8년 동안 403.7%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뒀다.타이거펀드를 800만달러에서 220억달러로 키워 '헤지펀드의 대가'로 불렸던 과거의 명성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비결은 미국 경기침체를 일찌감치 예상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될 것으로 본 것.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미리 파는 복잡한 파생상품 기법을 활용했다.그 전략이 적중,현역 때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로버트슨은 자기 자본으로 큰 이익을 낸 것 뿐만 아니라 다른 펀드에도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직접 투자도 하고 있다.

그런 펀드만 해도 무려 34개.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은 260억달러에 달한다. 이 펀드 투자를 통해서도 로버트슨은 지난해 34%의 수익을 올렸다.지난해 전 세계 3000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2.5%인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자신의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한 펀드들의 실적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것이다.

로버트슨은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와 2주에 한 번씩 만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운 전략을 상의한다. 그 중 한 명이 한국계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타이거 펀드 청산 전 로버트슨의 수제자격이었던 빌 황은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운용,지난해 세전 수익률 55%,지난 7년 연평균 수익률 43.7%를 기록했다.

로버트슨의 안목은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국채수익률 변화를 예상한 데서도 빛을 발휘했다.그는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침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그로 인해 달러값이 떨어지면 중국과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의 장기 재무성 채권 매입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이에 따라 장기채권 수익률이 상승,단기채권 수익률과의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채권 매매 전략을 구사했다.장단기 수익률 격차는 로버트슨이 투자할 당시 0.97%포인트에서 현재 1.38%포인트로 커졌다.

로버트슨은 자신이 직접 세운 뉴질랜드 오클랜드 골프장으로 가는 전용 비행기 안에서 포천지 기자에게 말했다. "아마 20~30배는 벌게 될 것."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