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언제나…] "미국에선 부시대통령이 총대 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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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만 해 놓으면 뭐합니까.
비준을 해 줘야 기업들도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착착 실행에 옮길 것 아닙니까.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협력해서 국회에 비준을 촉구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벌써부터 4월 총선 눈치만 보고 있으니…."
한 경제단체 부회장은 지난 28일 대기업 사장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같은 한탄을 들어야 했다.
그는 "미국은 그나마 부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의회 비준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데 우리는 그런 노력마저 덜 한 것 같다"면서 "비준이 지연되면 될수록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실익은 줄어들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상ㆍ하원 합동 연두 국정연설에서 "역사적인 한ㆍ미 FTA 비준 동의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겠다"며 비준 동의를 촉구했지만 우리의 비준 동의 전망은 미국보다 더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비준 동의안은 5개월이 돼 가도록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2월 처리가 무산될 경우 비준 동의안은 빨라야 9월 국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경제계다.
그동안 정치권에 조속한 비준을 촉구해온 재계는 29일 경제단체 부회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1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말로만 해서는 총선에만 쏠려 있는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제단체들은 앞으로 개별 의원들을 찾아가 협정 비준을 서둘러 달라고 설득하는 한편 지지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세미나와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경제단체가 행동에 나선 데는 비준 지연으로 한ㆍ미 FTA 기대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등 11개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만든 국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2009년 이후 10년간 우리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80조원,무역수지는 24억6000만달러 증가한다.
이는 비준 절차가 예정대로 이뤄져 양국이 내년 초부터 FTA를 발효시킨다는 전제로 나온 수치다.
한ㆍ미 FTA 국내대책본부 관계자는 "늦어도 2월 국회에서 비준이 이뤄져야 2009년부터 한ㆍ미 FTA가 양국에서 발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비준하고 미국 측 비준을 압박하는 게 훨씬 국익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17대 국회에서 제출된 각종 법안 등은 자동 폐기된다"면서 "새로 선출된 의원들에게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9월 국회에서나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와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새로운 국회로 비준이 넘어갈 경우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FTA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 대회 이후엔 개점 휴업에 들어간다.
때문에 미국 행정부도 4월 말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 90일 이내인 7월 말까지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엔 재협상을 요구할 여지도 없지 않다.
정인교 인하대 FTA연구센터 소장은 "우리가 2월에 비준하고 쇠고기 문제만 해결되면 미국 의회도 FTA 비준 동의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도 "정치권은 총선에서의 이해득실을 떠나 큰 그림을 보고 비준 동의안 처리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