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5)는 최근 주식매각 대금 3000만원을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놨다.

처음엔 다른 주식을 살까,아니면 주식형펀드에 돈을 맡길까 고민했지만 증시 불안이 계속되면서 잠시 주식투자를 쉬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당분간 단기로 자금을 굴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부동산시장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시중자금이 MMF 등 단기 투자처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해소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MMF에 한 달 새 8조원 몰려

MMF의 경우 작년 11월과 12월만 해도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한 달도 안 돼 7조872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 때 1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지난주에는 1주일 새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MMF와 유사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시중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CMA 잔액은 작년 9월 말 24조6000억원대에서 현재는 27조원으로 불어났다.

석 달여 만에 2조4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MMF는 환매 신청한 다음날,CMA는 환매 신청당일 곧바로 자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자금이 묶이는 것을 싫어하는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불안에서 피해 있을 수 있는 데다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단기금리 하락 압력 커질 듯

채권시장에선 시중자금의 단기화로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 등 장기채권 금리는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로 급락한 반면 외국인이 거의 사지 않는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작년 12월 전고점(연 6.11%) 기준으로 한 달여 만에 1%포인트가량 급락한 것도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려는 심리가 확산될 경우 장기물에 비해 단기물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9일 채권시장에선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 포인트 오른 연 5.08%,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1%포인트 오른 연 5.14%에 마감했다.

CD 금리는 0.05%포인트 급락한 5.65%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CD 금리가 급락한 것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최근 은행 예금으로 돈이 몰리면서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CD 발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보면 MMF로의 자금유입과 무관치 않다.

MMF의 주요 투자처가 CD나 기업어음(CP)같은 단기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CD는 자금시장의 수급상황을 정직하게 반영한다"며 "MMF가 CD를 사면서 CD 금리가 급락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