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ㆍ특수부 및 삼성특검 중복 수사 "언제 터질지 몰라"

검찰이 `2002년 16대 대선잔금' 명예훼손 고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차남 수연씨와 측근 서정우 변호사를 출국금지한데다 대선자금과 관련한 또다른 수사도 진행되고 있어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일단 "해당 고발 사건의 확인에 필요한 범위에서 수사를 하고 있을 뿐 대선자금 전반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는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씨와 서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이 전 총재의 대선자금 재수사 또는 대선잔금 본격 수사에 대한 신호탄이라고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되며 `정치공방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검찰 관계자가 "대선자금 수사는 이미 2004년 종결된 사안으로 그 결과를 참고하고 있고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대선잔금을 포함한 `대선자금' 자체를 파헤칠 필요는 없다"며 "단순한 고소ㆍ고발 사건 수사가 불필요한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특히 창당 및 총선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이 전 총재 측과 그의 정치 재개를 반대하는 진영을 중심으로 이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잔금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내심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이번 수사가 단순 명예훼손 사건이기는 하지만 `대선잔금'을 매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오세인 부장검사)는 지난해 17대 대선 무소속 후보였던 이 전 총재 캠프 측이 `이회창 대선잔금은 판도라 상자인가'와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대선 직후 재산이 쑥쑥'이라는 기사를 게재한 시사IN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처리 중이다.

검찰은 수연씨에 대해서는 대선잔금으로 아파트를 장만한 것처럼 보도된데 대해 구입 자금 등을 확인하려, 서 변호사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을 파악하려 각각 출금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닌 선거 전담 부서인 공안부가 맡은 점도 검찰이 의혹 제기의 타당성ㆍ공익성 및 진위 여부 등을 따지기 위해 언론사 기자나 이 전 총재의 두 아들인 정연ㆍ수연씨 등을 조만간 직접 불러 보도 경위나 아파트 구입 자금 등에 관한 사실 관계만 확인하고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구입 자금 출처 등만 명쾌하게 밝혀지면 더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물론 관련 보도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는지' 살피려면 대선잔금이 실제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파헤쳐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선잔금 재수사론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앞서 서 변호사의 변호를 맡았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 인권특보로 임명된 뒤 "내가 (2002년 이회창 후보의 대선자금 사용 내역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고 했던 이두아 변호사도 참고인 조사했다.

서 변호사 부탁으로 삼성 측에서 받은 국민주택채권 7억5천만원 어치를 현금 5억원에 매입한 의혹으로 대선자금 수사 당시 조사를 받았던 수연씨의 친구 정모씨가 최근 출국한데다 검찰이 참고인이긴 하지만 직접 수연씨를 출금 조치한 것도 대선잔금 용처와 관련해 `새 정황 또는 단서'가 포착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대선잔금 문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가 맡고 있는 또다른 고소ㆍ고발 사건에서도 튀어나올 수 있다.

이 부서는 지난해 11월 대선잔금 처리 의혹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이 이 전 총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한국진보연대가 비슷한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처리 중이다.

민노당은 당시 고발장에서 "이회창 후보는 2002년 대선 직후 대선잔금 154억원을 보관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04년 봄 측근을 통해 삼성에 뒤늦게 돌려줬고, 이 과정에서 일부를 사적 용도로 쓴 의혹이 있다"며 "검찰은 `한나라당이 138억원은 삼성에 돌려주고 16억원만 당에 남긴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새로운 의혹이 나타났으므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사건도 성격상 대선잔금의 흐름을 되짚어봐야 하는 것이어서 언제든 정치권에 큰 폭발력을 가져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게 검찰과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아울러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의 수사 범위에도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이 명시돼 있어 비자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권의 어느 누가 그 타깃이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