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전력자의 공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또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놓고서도 공심위 간사와 위원장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어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력자에 대해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적용키로 했다고 공심위 간사인 정종복 제1사무부총장이 밝혔다. 한나라당 당규 3조2항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공직후보자 추천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공천 심사기준이 적용될 경우 1996년 알선수재죄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김무성 최고위원과 한보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이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다. '친박' 측의 거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은 물론 강재섭 대표는 대표직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정 부총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갖고 당규 3조2항의 적용범위와 관련,"(공천 배제 대상에)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두 가지만 해당된다"며 "선거법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면복권자는 공천배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지난해 전국 상임위에서 삭제됐으며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본인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설명대로라면 박 전 대표 측 김 최고위원은 공천 배제 대상에 포함되는 반면에 이명박 당선인 측 김덕룡 의원은 빠진다. 당장 김 최고위원은 공심위 발표 직후 "공심위에서 그같은 결정에 합의한 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구심을 보였다.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은 "뇌물은 1 대 1로 주고 받지만 선거법은 돈을 주고 매표하는 악질적인 행위인데 이를 뺀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반발했다.

강 대표는 "정치라는 것이 당헌.당규의 해석을 떠나 서로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가 되면 한나라당은 자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그가 말한 신의는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간 '공정공천' 합의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거취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30일 예정된 최고위원 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안강민 공심위 위원장은 "원칙만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일 뿐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혼선이 계속된다면 공천신청자에 대한 개별심사에 들어가는 오는 2월9일 이전에 회의를 열어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총장의 브리핑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어서 공심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