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쫄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뉴욕 증시가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갔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30일 코스피 지수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저녁 열릴 美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4분기 GDP 성장률 발표 등 굵직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주요 투자주체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은 체력 저하에 따른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도 제한적인 수준의 매수로 일단 지켜보자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추가로 0.5%P 가량의 금리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연준의 긴급 금리인하가 쓰러져가던 시장에 긴급 구제책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단 점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예상된 변수라는 점에서 막상 금리를 인하해도 시장 반응이 무덤덤할 수 있으며,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연준의 금리결정이 줏대없이 투자심리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국증권 김민성 책임연구원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향후 美 경기 침체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정책적 수단을 너무 빨리 소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험상 주가와 금리는 동일한 방향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는 단기성 재료에 그칠 수 있다며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대로 금리인하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금리인하가 보다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단 금리인하폭이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잇따라 발표될 경기 지표들이 좋아야 한다.

아니 적어도 시장 예상보다 나쁘지 않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美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4분기 GDP 결과를 먼저 확인하려고 들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지난 12월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됐었다"면서 "이번 GDP 결과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엔 시장이 너무 앞서갔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지고, FOMC의 금리인하 정책이 선제적 대응의 성격으로 인식되면서 투심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역의 상황도 고려해야만 한다.

어쨋든 30일 밤 금리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시장이 극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GDP 발표에 이어 31일에는 개인소득 및 지출 동향이, 2월1일에는 1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한양증권 이해아 연구원은 "美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장중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발표될 경기 지표들이 글로벌 증시 안정 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OMC 회의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수급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경제지표 발표를 통해 단기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란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미래에셋 이재훈 연구원도 "금리역전은 고용 동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오는 1일 발표될 고용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논란이 지난달 발표된 비농업취업자수 급감을 계기로 증폭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용이 줄지 않았다면 경기 둔화 우려도 한풀 꺾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이 29일 지적한 대로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디커플링은 논리적 타당성이 부족한 단순한 기대감에 불과하다.

바짝 엎드린 투자자들이 허리를 펴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美 경제와 증시의 안정이 시급하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