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경기 용인에 위치한 SK아카데미에서 열린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속한 계열사가 국내에서 매년 10%씩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임원은 손을 들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리에 있던 100여명의 임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못했다.

최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리티(globality·글로벌 경영능력)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최 회장은 이어 글로벌리티를 높이기 위한 전략 국가로 중국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선 공략 대상이 됐다"며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 일본 등에서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리딩 기업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중국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리티에 대한 고민은 곧바로 글로벌 인재 육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2년 '중국 공채 1기'를 시작으로 해마다 중국 현지 글로벌 스태프(staff) 채용을 확대해 온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중국 현지에 있는 SK의 글로벌 인력은 주재원을 포함해 3228명에 이른다.

사무소,지점,공장 등의 사업장만 100여개에 달한다.

SK는 그룹 경영의 기본 교범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근거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패기,경영지식,경영에 부수된 지식,사교 자세,가정 및 건강 관리 등에서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SK의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은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인재의 풀(Pool)을 넓히면서 해외 우수 인력들에게 SK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제도로 현재 네 번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 글로벌 인턴십에 선발된 인턴들은 지금까지 600여명에 달하며 모두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젊은 인재들이다.

이들은 총 8주 동안 SK 내 12개사에 배치돼 현장 실무와 문화 학습의 기회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실무에 100% 응용할 수 있도록 짜여져 인기가 높다.

내부의 글로벌 인재 육성 과정도 눈에 띈다.

SK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는 물론 각사별로도 진행하고 있다.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과 차·부장급을 대상으로 일종의 미니 MBA인 '선더버드'(thunderbird)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외 유수 대학들과 제휴해 각사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또 2005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상비군 제도'를 도입,해마다 200~300명의 엘리트 임직원을 중국 현지에 보내 교육시키고 있다.

교육기간은 4개월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

특히 임원들은 매년 10여명씩 GEP(Global Executive Program·글로벌 최고경영자 프로그램)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연수를 받기도 한다.

이와 별도로 SK는 지난해 3월 'SK 아카데미'의 중국분원을 설립,현지 10여개 계열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마인드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글로벌 인재를 모아 육성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해외 인재 육성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인재 교육을 위한 조직,제도,프로세스 혁신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