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에서 원산지 기준을 놓고 기싸움에 들어갔다.

원산지 기준은 상품양허(개방),자동차 기술표준과 함께 한·EU FTA 협상의 3대 핵심 쟁점으로 꼽히고 있는 분야다.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회의에서 우리 수출품 가운데 역내 부가가치 비율이 특히 낮은 석유화학 및 비철금속 제품 등을 예로 들며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하자는 EU 측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EU 측은 품목별 원산지 판정 기준으로 역내산 부가가치비율(50~75%)과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품목 분류 번호인 세번을 비교하는 방법을 함께 이용하자고 우리 측에 요구하고 있다.

EU가 제시한 역내산 부가가치비율은 한·미 FTA에서 타결된 35~55%보다 훨씬 높고 자동차 전기·전자 등에 대해서는 60%대의 부가가치 비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자동차와 전기·전자는 한국의 EU 수출액 1,2위(2006년 기준) 품목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EU의 요구를 수용하면 FTA가 타결되더라도 우리 수출품의 50% 이상이 한국산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장벽(TBT) 분야에서 제품의 원산지 표시를 '메이드 인 EU(made in EU)'나 '메이드 인 개별국가' 가운데 하나를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EU 측 요구에 대해 우리 측은 "EU 회원국별로 제품의 품질에 차이가 있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무역구제 경쟁 분쟁해결 투명성 전자상거래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사실상 타결을 이뤘다고 김 대표가 전했다.

그는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으며 어떤 품목에 적용할지는 구체적인 관세 협상을 하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