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美기업 순익 감소… 4분기 20%↓

6년만에 최악… 기술주도 타격

미국 기업들의 이익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500대 기업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회사와 소재 및 소비재 관련 기업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런가 하면 대표적 기술기업의 하나인 야후도 큰 폭의 실적 감소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조차 다음 분기엔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구성하는 미 500대 기업 중 지난 25일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60개에 달한다.

이들의 실적과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하면 작년 4분기 500대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5% 감소했을 것으로 톰슨파이낸셜은 추산했다.

이는 경기침체에 빠졌던 2001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5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2003년부터 14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 작년부터 한 자릿수로 둔화됐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이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실제 씨티그룹과 메릴린치가 각각 98억달러의 손실을 낸 것을 비롯 금융회사들의 이익 감소세는 심각하다.

이런 추세라면 S&P500지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금융회사들의 순이익은 10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둔화 및 소비 위축 추세에 따라 소재기업 및 소비재 관련 기업의 실적도 좋지 않다.

철강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은 순이익이 8%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설업체와 GM 및 포드 등 자동차회사들의 순이익도 4%가량 줄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전을 펼치는 건 기술업체다.

경기를 상대적으로 덜 타는 데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4분기 순이익이 79% 늘었다.

애플의 순이익도 57% 증가했다.

기술업체 전체로는 25% 순이익이 늘었을 것이란 게 톰슨파이낸셜의 추산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작년 4분기 순익 감소세가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기술주의 실적 호전을 믿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기술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야후는 작년 4분기 순이익이 23% 줄었다고 발표했다.

창업자인 제리 양은 "올해 회사가 심각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1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후만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기술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이 단기간에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얼마나 불어날지 모르는 데다 경기침체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기업 순이익이 올 1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증가율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3.8%와 4.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작년 4분기 사상 최대 수익을 낸 골드만삭스마저 1분기(2007년 12월~2008년 2월) 순이익이 22% 감소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자칫하면 1분기에도 500대 기업은 순이익 감소세를 면치 못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곧 일자리 축소로 연결된다.

실업률 증가는 소비 위축을 초래하고 이는 고스란히 경기침체를 부채질한다.

기업 실적 부진이 범상치 않은 이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심상찮은 美기업 순익 감소… 4분기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