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특히 저부가가치 업종이 많은 홍콩 대만 한국 기업들이 술렁이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설 땅을 잃고 있다.

노동자 권익 강화와 퇴직금 등 각종 사회보장 확대로 인건비가 30%가량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마저 달러당 7.10위안대로 올라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광둥 칭다오 등 임가공업체가 많은 공업단지에선 '춘절 엑소더스설'까지 나돌고 있다.


◆춘절 엑소더스설

중국의 춘절은 기업의 입장에선 전통적으로 고통스러운 기간이다.

노동자들이 귀향 후 복귀하지 않아 인력난을 겪는 민공황(民工荒)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민공황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농촌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도시노동자의 상대적인 소득 우위가 많이 사라졌다"(김명신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는 것.

더 부담스러운 것은 31일 신노동법에 따른 노동계약서 작성 기한이 끝나는 데 있다.

이는 춘절 직후부터 종업원에 대한 사회보장 의무 가입 등이 더 미룰 수 없는 일이 된다는 뜻이다.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봉제업을 하는 김만용 사장은 "작년엔 인력의 10% 정도가 안 돌아왔는데 올해는 20%가량이 복귀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복귀한 직원들도 신노동법에 따른 대우를 요구할 게 뻔해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신노동법은 장기 근속자의 정년 보장과 해고 조건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강희방 선전 한국상회 회장은 "국적을 불문하고 종업원 500~1000명 규모의 공장에서 파업이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난팡바오는 광둥성에서만 춘절 전후로 1만2000개 기업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중되는 3고(高) 부담

외자 기업이나 중국 기업 모두 3고로 고통을 받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인건비다.

중국 정부는 작년에 6차례나 금리를 인상,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물가가 급등,가뜩이나 높아진 인건비 부담에 추가해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작년 12월 중국의 대미 수출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져 직접적인 수출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위안화 가치가 최근 달러당 7.10위안대로 두 달 새 2.9%나 급등했다.

중국이 환율제도를 개혁한 2005년 7월 이후 14%나 오른 것.기업인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그리고 그 영향이 어느 정도 클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 사업전략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화되는 기업 규제

중국 정부는 저부가가치산업체를 정리,산업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공무역 금지,부가가치세 환급 폐지,오염물질 배출업체 수출 금지 등 하루가 멀다하고 규제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세와 환경세를 징수한다는 방침 아래 관련 법규 제정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관장은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은 구조 고도화와 노동자 권익 강화로 요약된다"며 "이 두 가지는 모두 저임금의 메리트를 노리고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에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호 중국삼성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은 수출과 투자는 억제하면서 소비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단순 임가공수출형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식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변화시키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